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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an 09. 2024

나의 사랑 아가야

널 향한 보호와 사랑을 꼭 기억하기 바라

눈이 많이 온다. 대설주의보를 알리는 문자가 땡땡거리며 소란을 피우는 것과 대조적으로 라디오에서는 '소녀의 기도'의 경쾌한 선율이 흐른다.


소녀의 기도는 바라노프스카가 다섯 자녀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굵고 짧은 손가락 때문에 피아노를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곡한 곡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30세도 되기 전 이 땅의 삶을 마감한 바라노프스카.

그 엄마는 자녀들에게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까?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곡을 엄마가 떠난 후 자녀들은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나도 생각해 봤다. 나의 말이 위로가 되었던 이들과 자녀들에게 어떤 마음을 전하고, 남기고 싶을까? 아니, 지금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겨울에 전하는 봄 선물이다.


우린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대부분 삶의 계절은 오랜 시간 겨울일 거다.

춥고 멀미 나는 삶의 항해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바라보고, 웃고, 잠깐이라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온기 담아 봄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


그리고  경험의 가장 큰 부분인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살다 보면 변하지 않을 거 같은 환경에 절망하기도 하고, 아무리 애써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좌절하기도 한다.

그런데 돌아보면 자리를 지키고 버 것이 감사고 은혜다.

목숨을 요구할 만큼 죄의 유혹이 넘쳐나는 삶의 전쟁터에서 흔들리고 방황하는 순간에조차 귀를 막아주고 안아주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지내고 지금의 자리에 있는 거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그 보호와 사랑 안에 있길 바란다.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다.

그 사랑은 삶의 어느 순간에도 변치 않을 거다.




전에 소망 그림글씨를 만들었었다. 촛불이 꺼지지 않게 두 손을 모아 바람을 막는 모양의 '소'와 물이 끓을 거 같은 주전자 모양이 있는 '망'. 어설픈 글씨지만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소망 글씨를 보잘했다는 언니에게 호기롭게 말했었다. 무슨 글씨 만들어줄까?^^

언니는 망설임 없이 회복이라고 말했다.


회복이라는 글씨를 써놓고 한참 들여다봤다. 그냥 생각나는 걸 하는 편이라 의도를 가지고 하려니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회복은 어떤 의미인가?

내가 생각하는 회복은 이런 거다.

어딘가에 닿을 것이 있는 것, 신의 빈 공간이 있는 것, 한 발을 굳건히 땅에 딛고, 믿음으로 손과 남은 한 발을 들 수 있는 것.

이런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 제목에 있는 회복 글씨다.


모두에게 믿을 만한 구석이 있으면 좋겠다. 힘들고 외로울 때 닿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그게 진정한 회복이라 생각한다. 우린 모두 신의 피조물이니까. 신은 항상 우리 옆에 있다.

 

신을 믿지 않는 분들이 읽기엔 불편한 글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었다면 신이 사랑하거나 나의 생각에 관심이 있는 분일 거다. 그분들에게 언젠가 이 글이 생각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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