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너 너머가 보고 싶어

by HAN



네가 처음

우리에게 왔을 때

너는 맨 얼굴이었어

기억나니?

순백의 네 얼굴


네 모습 때문에

우리는 멀리서 보면

마치 복제품 같았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할 만큼


너는 조금씩 달라졌고

지금 우리는

색조 화장을 하고

얼굴형을 바꾼

네 모습에 감탄해


그런데 나는

너 너머의 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

아이의 올라간 입꼬리가

내 친구의 보조개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지 566일이 지난 오늘, 실외에서는 의무적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었다. 중요한 주중 행사처럼 손꼽아 기다려 94 마스크를 샀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오랜 기간 마스크를 착용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처음에는 일률적으로 흰색이었는데 조금 지나니 마스크 오른쪽 한편에 검은색 글씨가 등장하고, 그다음 글씨에 색이 들어가고, 검은색 마스크가 나오고. 그다음엔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바뀌고 다양한 색이 등장하고. 어느새 마스크가 하나의 장식품처럼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마스크의 변화를 보면서 미와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경제적인 부분과 연결되는 것이 낯설기도 했다. 마스크 쓰는 것이 당연하기에 인형에도 마스크를 씌우는 아이들.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누렸던 것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미안한 부분도 많다.




처음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올 거라고 했을 때 의아했었다. 지금껏 그냥 먹었는데 물을 왜 사 먹지? 난 어린 시절 흑백 티브이를, 다이얼 돌리는 전화기를 사용했던 세대다. 동아 과학(?) 잡지에서 보던 미래예측이 실현되는 것을 보며 감탄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에는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해 주는 직원이 따로 있었다. 한 선배가 지금도 생각난다. 선배는 그 직원보다 컴퓨터를 잘 사용했고 글씨를 엄청 못썼다. 앞으로는 손 글씨를 쓸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 사인 정도만 하면 된다고.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컴퓨터가 급속도로 보급됐다. 그 후 직접 문서를 작성하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상이 왔다.


요금이 비싸서 국제전화는 엄두도 못 냈던 부모님 세대는 무료로 국제전화 하는 걸 보며 좋은 세상이 됐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내려면 우리 부모님 세대는 사람이 도와주지 않는 세상 살기를 배워야 한다. 무인결제시스템, 온라인 결제 등. 누군가는 기계 사용법을 알려주겠지만 그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상대하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AI가 발달할수록 부유한 사람이 아니면 사람들의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질 거라고 말한다.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그런 세상을 아이들은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 사람 냄새가 마늘 냄새이기도 하고 누린내 이기도 해서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그 냄새가 너무 그리울 거 같다.


우리 아이들도 기계와 관련된 즐거움보다 다방구를 하며 마음껏 뛰어놀고, 놀이터에서 허리를 잡고 같이 미끄럼틀을 내려왔던 그런 기억들, 사람 냄새 많이 나는 기억이 많으면 좋겠다.

숨기고 가리지 않아도 되는, 마스크가 없는 안전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그 자유함을 느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