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꽃다발

신앙시

by HAN

내일은 그분이 오시는 날이다.

저마다 꽃다발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꽃을 살 수 없어 마음이 무거운 아이는

코를 간지럽히는 바람을 따라 들판으로 나간다.


화려한 꽃들이 바람의 장난에 몸을 움직이며 웃고,

나뭇잎이 햇살이 입혀준 금빛 옷을 자랑한다.

너무 기쁜 아이가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꽃을 모은다.


한참을 모았는데 꽃은 몇 송이 되지 않는다.

더 많은 시간을 모아도 똑같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아이의 마음이 다시 무겁다.


드디어 그분이 오시는 날이다.

저마다 화려한 포장지에 감싸진 꽃다발을 들고 있다.

꽃다발을 뒤로 숨긴 채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분이 아이에게 오자 그분의 광채로 아이가 빛난다.

아이가 뒤에 감추고 있던 초라한 꽃다발을 내민다.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거 같다.


그분이 꽃다발을 받자 어제 들판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다 느껴진다.

그분이 아이를 안아주며 말씀하신다.

들판을 선물한 아이는 처음이라고.


아이는 그분을 통해 처음으로 마음의 눈을 뜬다.

눈을 뜬 아이는 행복하다.




내가 사랑하는 한 아이의 생일 즈음에 갑자기 생각나서 쓴 글이다.


오래전 그 아이 대입 실기시험 날, 난 그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난 아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실기시험 장소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시험을 보기 며칠 전부터 출발하는 시간에 얼마나 걸릴지 시간을 확인했고, 그 시간에 맞춰 아이와 출발을 했다. 연극영화과를 지원하는 아이의 실기시험 장소는 대학로였고 토요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어 돌아가야 했고 네비는 계속 도착 예정 시간을 늘려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고,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아이는 실기시험을 볼 수 없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보며 아이는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안될 거 알면서 내본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왜 그랬을까? 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아이는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때의 시간이 어떤 의미였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이 그 아이를 통해 어떻게 일하실지 기대하며 지금도 멀리서 그 아이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