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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Mar 27. 2024

봄을 맞으며 헤어짐을 생각하다

더뎌도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과정이다

봄이다. 여기저기서 밝은 빛들이 나 좀 보라고 손짓을 한다. 난 애써 외면한다. 얼른 봄이 오기를 목 빼고 기다렸는데 한눈을 파는 사이 봄이 온 거다. 아직 마음의 준비를 못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맞을지~^^

망설이면 봄이 가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계획 따윈 집어치우자. 그냥 집에서 입는 몸빼 바지를 입고, 부스스한 머리에 눈곱 낀 얼굴로 맞아야겠다. 봄이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게~ 그런 봄을 보고 난 깔깔거리며 웃을 거다. 그럼 이내 봄도 나를 따라 웃을 거다.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아프지만 오늘은 그냥 이렇게 웃었으면 좋겠다.




장난 삼아 함께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자는 제의를 했었다. 누군가 나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고개를 저으며 슬픈 얘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람난 남자 친구를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의 이별장면을 상상해 봤다. 나름 상상으로 낭만적인 슬픔을 적어봤다가 집어치웠다.

난 감정에만 집중하는 성격이 못된다. 많은 것을 고려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누군가 나를 만나다가 바람을 피워도 난 미련 없이 보내줄 거 같다. 물론 감정이 이성보다 한발 늦기에 울 거다. 그러면서도 생각할 거다. 그 사람은 깊이가 그것밖에 안된다고. 빨리 헤어져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생각할 거다.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의 의미를. 앞으로 다시 비슷한 사람을 만나지 않기 위한 나름의 기준을.

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생각하는데 이럴 때 보면 난 약간 전투적인 성향인가 보다~^^


상상을 하며 헤어짐을 생각해 봤다. 우린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종류의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한다. 특히 우리 나이에는 어르신들을 보내드려야 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매끄럽지 않다. 굳이 매끄러울 이유도 없다. 덜컹거리면서 필요 없는 감정을 떨궈야 하기에 오히려 매끄러워 보이는 건 아픈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왜 우는지도 모른 채 울기도 하고, 누구에게 화를 내는지도 모르면서 화내기도 하고, 때론 미친 사람처럼 웃기도 하며 그렇게 감정을 털고 다시 그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제목의 그림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삶, 서로 닿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표현한 거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어짐을 함께 감당하면 좋겠다.

누군가 울고 있다면 이유는 묻지 말고 토닥여주자.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화를 내면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자. 조금 기다리면 다시 마음을 추스를 거다.


난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던 그 이별을 다시 돌아본다.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겐 어린 나의 성숙을 위한 과정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금의 교회를 세워가기 위한 과정으로 연결될 거다. 나는 신께 기도한다. 이 정도면 다 준비된 게 아닐까요? 굳건한 터전을 주세요.


3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연히 생각해 본 헤어짐.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과정다. 죽음 또한 천국을 소망하는 이들에겐 재회를 기대하게 한다.

더디더라도 이별에 머물러 있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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