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 전해지는 결
바람은 어떤 모습일까?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결.
나는 그 결을 따라, 바람의 마음을 그려보고 싶었다.
바람의 안은 의외로 단단하다.
겉으로는 나풀거리고 흔들리는 것 같지만,
그 중심에는 흰빛이 있다.
거룩하고, 깨끗하고, 섞이지 않은 순수함.
그 흰빛을 감싸는 건 보랏빛.
보랏빛은 바람이 품은 꿈이다.
그건 바람의 방향이자,
세상과 이어지려는 바람의 다정한 의지다.
바람은 중심에서부터 부드러워진다.
겹겹이 가장자리로 갈수록
자연과 이웃, 사람들 속으로
자신을 내어주듯 스며든다.
가장자리의 바람은 쉽게 흔들리고,
가볍게 나풀거리며 세상과 어울린다.
하지만 그 안의 중심은 여전히
조용히, 묵묵히 살아 있다.
나는 그 마음을 그림으로 남겼다.
보랏빛 꿈과 흰빛의 단단함,
그리고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감정의 결.
그리고 한참 뒤,
문득 떠오른 두 번째 장면.
바람이 지나간 자리.
마치 바람이 머물렀다 간 풍경처럼,
부드럽고 잔잔한 색의 흐름 속에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푸른빛은 조용한 그리움과 차분한 내면을 상징하고,
노란빛은 여전히 남아 있는 따뜻함과 희망을 은유한다.
바람을 통해 '머무는 것'보다
'스쳐가는 것'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완벽하게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그 자리에 조용한 온기를 남기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은 바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지나간 자리에는 분명히 흔적을 남긴다.
우리 모두가 바람처럼 스쳐가는 존재일지라도,
그 지나간 자리만은 따뜻하게 남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고백이자, 위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