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서 나를 보다
며칠 전, 조카의 생일을 맞아 썼던 글로 노래를 만들었다.
조카의 마음이 되어 써본 ‘하트를 찾아가는 삶’.
누군가의 마음이 되어본다는 건
결국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은 조카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이기도 했다.
글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엔 그림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 그림 안에도,
분명히 내 마음이 있었다.
인형에게 멋진 배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후줄근한 천을 둘둘 말아 만든 옷이
왠지 더 애틋하게 느껴졌고,
그 애를 위한 무대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색을 골라 칠하고,
붓 대신 손끝으로 문질러 배경을 만들었다.
인형의 무대로서는 괜찮았다.
작고 조용한 마음이 깃든 배경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림으로만 보자니
어딘가 아쉬웠다.
인형을 위한 배경은 되었지만,
그림 속에 남은 건
막연한 감정의 잔상 같았다.
무대 뒤에 있던 내 마음,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까지
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 위에 색을 쌓아갔다.
색을 덧칠했다.
겹겹이, 나이테처럼.
맨 아래는 아이였던 내가,
그 위로는 지나온 시간들이
조용히, 조밀하게 쌓여갔다.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색을 얹고 또 얹었다.
나는 나를 덮고, 또 펼쳤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림만으로는 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아
괜히 속상했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부딪혔다.
내 그림은
내가 설명해야만 의미가 드러나는 그림이다.
그 사실이 나를 조금 작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림을 보며 한숨을 쉬었고,
그 한숨은
결국 이 그림에 남았다.
서툰 색 사이에,
어쩌면 말보다 더 정직한 결로.
다음 날 아침,
그 그림을 다시 보았다.
한숨의 결.
그 한숨을 마주하며
나를 위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벚꽃 잎이 흩날리며
뺨을 스치던 순간.
다시 그림을 그렸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하늘 아래,
낮은 담벼락을 바라보며 서 있는 아이.
그 아이는 뒷짐을 지고,
조용히 서 있다.
억지로 나를 부르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
그건 바로 나였다.
내 안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
그제야 알았다.
나는 이 그림을 통해
내 안의 나를 만나고 있었다는 걸.
처음엔 인형에게 선물하려던 무대였지만,
그 무대는 돌아 돌아
나를 위한 자리가 되었다.
그림은 내가 나를 기억하는 방식이었고,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4. 그래서 이제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를 보면
여전히 한숨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숨 속엔
시간과 마음,
계절과 기다림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렇게라도
붙잡고 있는 내가 있다는 걸
이젠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해본다.
조카의 마음을 상상하며 만들었지만,
쓰다 보니 제 마음이기도 했던 노래입니다.
삶은 결국
분노와 어그러짐을 지나
하트 —
내 마음속 깊이 숨겨진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긴 여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내 배경이 초록인 줄 알았어
잔잔하고 평화로운, 별일 없는 그런 세상
나도 그런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더라고
자라면서 알게 된 내 안의 주황빛
두려움, 분노, 이해받지 못한 마음들
조용히, 하지만 선명하게
내 안에 퍼져 있었어
[Pre-Chorus]
나는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 애썼지
똑똑하게, 강하게, 조용하게
웃으며 감췄던
내 맘은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Chorus]
이제는 알아
그 모든 색 아래 숨겨진
보랏빛 고요와 눈물의 향
조용히 날 감싸주던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게 나였어, 그게 내 하트였어
[Verse 2]
이젠 상처를 감추지 않아
환경도, 누구도 탓하지 않아
그냥 나를 조금씩
안아주기로 했을 뿐인데
어느 날 문득 다시 찾아온 초록빛
이번엔 진짜였어,
외면이 아닌 내면 깊은 데서 피어난
그 평화가 나를 감싸
[Pre-Chorus 2]
모든 걸 인정하고 나서야 알았어
처음부터 있었던 그 빛,
보랏빛 슬픔과 고요의 품
거기서 자라난
진짜 사랑 하나
[Chorus – repeat]
이제는 알아
그 모든 색 아래 숨겨진
보랏빛 고요와 눈물의 향
조용히 날 감싸주던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게 나였어, 그게 내 하트였어
[Outro – spoken like a confession]
삶은 결국
분노와 어그러짐을 지나
하트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