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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의 결

그림 속에서 나를 보다

by HAN

며칠 전, 조카의 생일을 맞아 썼던 글로 노래를 만들었다.
조카의 마음이 되어 써본 ‘하트를 찾아가는 삶’.

누군가의 마음이 되어본다는 건
결국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은 조카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이기도 했다.


글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엔 그림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 그림 안에도,
분명히 내 마음이 있었다.




1. 인형을 위한 무대

처음의 마음

인형에게 멋진 배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후줄근한 천을 둘둘 말아 만든 옷이
왠지 더 애틋하게 느껴졌고,
그 애를 위한 무대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색을 골라 칠하고,
붓 대신 손끝으로 문질러 배경을 만들었다.


인형의 무대로서는 괜찮았다.
작고 조용한 마음이 깃든 배경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림으로만 보자니
어딘가 아쉬웠다.

인형을 위한 배경은 되었지만,
그림 속에 남은 건
막연한 감정의 잔상 같았다.


무대 뒤에 있던 내 마음,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까지
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 위에 색을 쌓아갔다.




2. 한숨의 결

한숨의 결

색을 덧칠했다.
겹겹이, 나이테처럼.
맨 아래는 아이였던 내가,
그 위로는 지나온 시간들이
조용히, 조밀하게 쌓여갔다.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색을 얹고 또 얹었다.
나는 나를 덮고, 또 펼쳤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림만으로는 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아
괜히 속상했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부딪혔다.


내 그림은
내가 설명해야만 의미가 드러나는 그림이다.
그 사실이 나를 조금 작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림을 보며 한숨을 쉬었고,
그 한숨은
결국 이 그림에 남았다.

서툰 색 사이에,
어쩌면 말보다 더 정직한 결로.




3. 벚꽃 아래, 기다리는 나

벚꽃 아래, 기다리는 나

다음 날 아침,
그 그림을 다시 보았다.

한숨의 결.

그 한숨을 마주하며
나를 위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벚꽃 잎이 흩날리며
뺨을 스치던 순간.


다시 그림을 그렸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하늘 아래,
낮은 담벼락을 바라보며 서 있는 아이.

그 아이는 뒷짐을 지고,
조용히 서 있다.

억지로 나를 부르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

그건 바로 나였다.

내 안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


그제야 알았다.
나는 이 그림을 통해
내 안의 나를 만나고 있었다는 걸.

처음엔 인형에게 선물하려던 무대였지만,
그 무대는 돌아 돌아
나를 위한 자리가 되었다.


그림은 내가 나를 기억하는 방식이었고,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4. 그래서 이제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를 보면
여전히 한숨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숨 속엔
시간과 마음,
계절과 기다림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렇게라도
붙잡고 있는 내가 있다는 걸
이젠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해본다.




조카의 마음을 상상하며 만들었지만,
쓰다 보니 제 마음이기도 했던 노래입니다.


삶은 결국
분노와 어그러짐을 지나
하트 —
내 마음속 깊이 숨겨진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긴 여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트를 찾아가는 삶

[Verse 1]

처음엔 내 배경이 초록인 줄 알았어

잔잔하고 평화로운, 별일 없는 그런 세상

나도 그런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더라고

자라면서 알게 된 내 안의 주황빛

두려움, 분노, 이해받지 못한 마음들

조용히, 하지만 선명하게

내 안에 퍼져 있었어

[Pre-Chorus]

나는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 애썼지

똑똑하게, 강하게, 조용하게

웃으며 감췄던

내 맘은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Chorus]

이제는 알아

그 모든 색 아래 숨겨진

보랏빛 고요와 눈물의 향

조용히 날 감싸주던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게 나였어, 그게 내 하트였어

[Verse 2]

이젠 상처를 감추지 않아

환경도, 누구도 탓하지 않아

그냥 나를 조금씩

안아주기로 했을 뿐인데

어느 날 문득 다시 찾아온 초록빛

이번엔 진짜였어,

외면이 아닌 내면 깊은 데서 피어난

그 평화가 나를 감싸

[Pre-Chorus 2]

모든 걸 인정하고 나서야 알았어

처음부터 있었던 그 빛,

보랏빛 슬픔과 고요의 품

거기서 자라난

진짜 사랑 하나

[Chorus – repeat]

이제는 알아

그 모든 색 아래 숨겨진

보랏빛 고요와 눈물의 향

조용히 날 감싸주던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게 나였어, 그게 내 하트였어

[Outro – spoken like a confession]

삶은 결국

분노와 어그러짐을 지나

하트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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