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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Oct 27. 2024

노래를 불러줄게

호호아줌마의 즐거운 상상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보다가 문득 전에 쓰던 '용감한 전사'가 떠올랐다. 3회까지 쓰고 멈춘 그 글의 주인공은 현우(賢友)다. 글로 쓰지 않았지만 내 머릿속의 현우에게는 민지(敏智)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외할머니네로 이사를 했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다. 

기타를 들고 있는 아이의 그림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현우와 민지를 생각나게 했다.


내 상상 속의 호호아줌마는 이 그림을 보자마자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랑 할머니가 밭에 가시고 혼자 남아 심심할 때면 현우는 개울가로 갔어. 물소리를 들으러. 현우에게 그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 같았거든. 그 물소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상상 속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거야. 현우에게도 기타가 있었어. 아빠가 남긴 유품이었지. 가르쳐줄 사람이 없어서 다락에 고이 모셔뒀지만.  


민지가 다가온 날도 현우는 물소리에 맞춰 상상의 기타를 치고 있었어. "뭐 해?" 하며 다가온 민지의 물음에 현우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애꿎은 풀잎만 잡아 뜯었어. 현우는 낯가림이 심해서 낯선 사람 앞에선 말이 잘 나오지 않았거든. 그런 현우를 보고 민지가 웃으며 말했어. 


"너 특이하다. 풀내음으로 말하네? 나도 해볼까?" 


민지가 풀잎을 뜯어 동그랗게 말며 해맑게 웃었어. 


그 순간 현우의 가슴은 콩콩 뛰었어. 현우는 민지처럼 그렇게 맑게 웃는 사람을 그때 처음 본 거야.


이렇게 현우가 좋아하는 그 물소리와 풀내음 사이로 민지가 들어온 거야.    


낯가림이 심하고 소극적인 현우와 달리, 민지는 밝고 명랑했고 민지 덕분에 현우는 조금씩 밝아졌어.


청년이 된 현우와 민지는 같은 도시에서 직장을 잡았고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지. 오늘은 현우가 민지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려고 용기를 낸 날이야. 아빠의 도움을 받고 싶어 아빠의 유품인 기타를 들고 나왔어. 


뒤에 현우가 불러줄 노래 가사는 '그 마음이 고마움 되길'이라는 N행시야. 

언젠가 민지가 "현우야, 너 만나기 참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 현우는 마음 깊이 그녀에게 잘해 주고 싶었지. 그게 바로 현우가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야.


노래를 불러 줄게

기대는 하지 마, 기타는 그냥 폼일 뿐이야


어머, 기타는 내가 칠게
이렇게 콩콩콩


이그, 장난치지 말고 들어봐
너를 위한 노래야


냥 걸었어, 혹시

주칠까 해서


표를 그리듯 좌우로, 앞뒤로
 길 끝에 네가 있을까

민할 새도 없이 그렇게 

주친 너 


찔한 순간,

감긴 필름처럼
풀잎을 뜯던 아이가 된 나


가의 풀잎 향기에
스며든 그때의 기억


그 향기 내 안에 퍼지던
그날의 시간이 다시 내게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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