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밤송이가 애쓴다 해도 언젠가 나무에서 떨어진다. 가시난 송이가 입을 벌려서 떨어지건, 가시를 두른 채 떨어지건.
'가시가 난 송이', 그 안에 '단단한 겉껍질', 또 그 안에 '떫은 속껍질(보늬)'. 아무리 둘러싸도 언젠가 그것들조차 벗어버려야 한다. 가시가 얼마나 촘촘히 예쁘게 났는지, 겉껍질이 얼마나 윤기 나고 매끄러운지, 속껍질이 얼마나 부드러운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벗겨지고 나면 드러나는 연한 노란빛의 알맹이이다.
우리 삶의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
아무리 대비하고 방어해도 삶은 끊임없이 요동치며 아프게 하고 변화를 요구한다. 그렇게 우리는죽음을 향해간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껍질을 벗고 진짜 모습으로 신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삶의 파도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은 누구도 우아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드러날 진짜 모습을 미리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리 점검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난 지금의 모습을 고집하지 않고, 삶의 파도에 기꺼이 부서지고 깨지려 한다. 벗겨질 껍질을 치장하는 대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온전한 내가 되려고 한다. 나의 부족한 부분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