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風磬)
점점 여위어 가는 엄마를 위해 사랑을 전하는 노래를 만들었다. 엄마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어떤 모습이어도 우리에게 따스함으로 기억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노래를 만들면서 작년에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우리 세대의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
아빠의 행복이나 성찰의 시간은 고사하고, 바삐 사는 삶이 버거워서 다른 가족들의 마음까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하셨을 거 같다.
어린 시절 내가 본 아빠는 항상 피곤해 보이셨고, 난 아빠와 놀아본 기억이 없다. 아빠와 연관된 기억은, 아빠 요구대로 키를 쓰고 옆집에 소금을 얻으러 갔던 일과, 내가 운다고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나를 거꾸로 들고 계셨던 일이다. 그 두 가지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다른 기억은 희미해졌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아빠를 이해하는 마음 때문이다.
아빠가 보여주신 행동은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아빠의 뇌는 그동안 보고, 듣고, 배운 모든 것을 종합해서 빠르게 결론을 내렸을 거다.
지금은 아빠를 생각하면, 가정을 돌보지 않은 할아버지를 탓하지 않고, 가족에게 헌신했던 아빠의 삶이 떠오른다. 외관상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참된 책임과 사랑이 있었다. 내가 아빠에게 가장 감사한 것은, 끝까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엄마. 엄마는 그 누구보다도 희생적인 천사표 엄마다. 항상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바치셨다.
그렇다고 엄마가 완벽하진 않았다. 엄마도 그 세대를 살아오셨으니까.
가끔은 엄마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엄마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그래도 헌신적인 엄마의 사랑은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엄마, 아빠의 삶을 되짚으며,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이 생각났다.
내 주변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사랑의 기억보다 상처의 기억이 많으시다. 어르신들 세대는 우리 세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삶을 살아오셨기 때문일 거다. '가부장적'이라는 말 자체가 그들의 삶을 설명해 주는 듯하다. 빈곤과 상처의 대물림.
이해가 허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빠를 이해한다고 해서 아빠가 어린 나에게 했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나의 아픔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아픔, 내 자녀의 아픔, 내 부모의 아픔, 내 이웃의 아픔.
상처가 또 다른 상처를 만들지 않길 바란다.
어르신들을 위해 펜 그림을 그렸다. 펜으로 무작정 선을 긋고 다듬어 그린, 이 그림을 보고 풍경(風磬)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풍경.
어르신들의 삶은 그 풍경을 울리기 위해, 아니 그 풍경에 손이 닿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애쓴 삶 같다. 방법을 모르고 미처 깨닫지 못해 상처를 주는 삶이었어도...
그 풍경의 울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겨우 닿아 울리는 그 풍경 소리는 마음의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삶은 허무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 풍경소리를 듣고 감사할 것이다. 나도 어르신들의 삶의 울림을 마음으로 듣고 있다.
시와 노래로 그 마음을 전한다.
[Verse 1]
세월에 맞아 동그란 어깨
지혜 담은 늘어진 피부
가진 걸 다 준 그 다리
그 어깨로 쓴 말씀
그 몸으로 만들어준 음식
사랑의 자리로 향했던 발걸음
넌 언제나 사랑이었지
[Pre-Chorus]
빗물 따라 흐르던
나의 눈물은
너의 길을 위해 남겨둘게
아이처럼 맑은 웃음은
지금 너와 함께
모두 써버릴 거야
[Chorus]
그 길에서, 사랑을 찾아
우리가 함께 웃던 그곳에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네 손길로 내가 여기 서 있어
그 안에 담긴 따스함,
너의 마지막 길도 따뜻하게 남을 거야
[Verse 2]
어깨에 새긴 시간의 흔적
네가 준 사랑으로 난 살아
그 안에서 날 찾았어
가진 걸 모두 주고도 남은
네 마음속 깊은 곳의 사랑
난 이제 알겠어, 얼마나 소중한지
[Pre-Chorus]
빗물 따라 흐르던
나의 눈물은
너의 길을 위해 남겨둘게
아이처럼 맑은 웃음은
지금 너와 함께
모두 써버릴 거야
[Chorus]
그 길에서, 사랑을 찾아
우리가 함께 웃던 그곳에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네 손길로 내가 여기 서 있어
그 안에 담긴 따스함,
너의 마지막 길도 따뜻하게 남을 거야
[Outro]
너의 마지막 길도
따뜻하게, 따스하게 남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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