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아래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너

by HAN

우두둑 소리를 나며

떨어지는 빗방울


바닥에 부딪치며

여기저기 나뒹군다


빗방울도

시름을 잊고 싶었을까


처마 아래 비를 피한

아이의 옷이 젖는다




처마 아래

가냘픈 꽃들이


뜨거운 햇살에

몸을 튼다


꽃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싶었을까


햇살을 등지고 아이가

꽃들을 바라본다




여행 중 밤에 비가 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통유리창 너머로 비가 오는 모습을 한참 즐겼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처마. 처마가 짧아서 비를 피할 수는 없다. 그래도 예전에 비가 오면 벽에 붙어있던 생각이 났다. 추울 때 덮는 신문 같은 느낌.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위안이 된다.


뒷부분은 지금 쓴 거다. 짧은 처마는 해를 가려주지 못한다. 가려준다고 해도 적은 부분일 거다.

작고 초라해도 마음의 처마가 있으면 좋겠다. 내가 도움이 못돼서 안타깝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때론 우연히, 때론 의도하고. 그렇게 함께 하는 삶이면 좋겠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너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