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모래성

신앙시

by HAN

벽 뒤에 반쯤 얼굴을 숨기고 있는 꽃이 엄마 뒤에 숨은 아이 같다.

위쪽 꽃잎 하나가 둥글게 살짝 말려 있어 뭔가를 엿보는 눈 같기도 하고, 속삭임을 듣기 위해 쫑긋 세운 귀 같기도 하다.




엄마 등에 업혀 있는 아이는 엄마 등이 가려 앞을 볼 수 없다.


조금 자란 아이는 호기심과 두려움을 반반씩 품고 엄마 뒤에 숨어 반쯤 얼굴을 내밀고 세상을 바라본다. 언제든 엄마 등 뒤에 숨을 준비를 하면서.


이제 혼자 앞으로 나가야 하는 아이는 두려움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딛는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동그란 눈으로 어른들을 바라보면서.


어른들은 이중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이중적인 마음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표현한다. 고마움을 화로 표현하기도 하고 슬픔을 웃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는 어른들을 반쯤 이해하고 반쯤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새 어른이 된 아이는 이제 어른들을 좀 더 이해한다. 리고 오랜 시간 어른들을 지켜보면서, 삶이 모래성을 쌓는 거 같다생각을 한다.




아이의 모래성


아이가 아빠와 바닷가에서 모래 놀이를 한다.

손 위에 모래를 듬뿍 올리고 두꺼비집을 만든다.

아이가 만든 투박한 두꺼비집도 아빠 눈에는 대견하다.

아빠가 아이를 안아주며 웃는다.


아이는 멋진 모래성을 아빠에게 선물하고 싶다.

멋진 모양을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가 부수기를 반복한다.

드디어 멋진 모래성이 완성됐다.

와~ 기쁨도 잠시 파도가 아이의 모래성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아이가 다시 모래성을 만든다.

파도가 조금 더 들어오고 이번엔 흔적도 없이 부숴버린다.

아이가 다시 모래성을 만든다.

어김없이 파도가 들이닥치고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진다.


아이가 아빠를 보며 서럽게 운다.

아빠가 아이를 안아주며 따스한 미소로 바라본다.

아빠 눈에 아이가 담겨있다.

네가 최고의 선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