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의 사랑 담은 손
계절을 의심하게 하는 산수유. 잎사귀 아래 붉은 열매를 감추고 유유히 일광욕을 하고 있다. 이 추위 속에서도, 그 강인함이 놀랍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따로 있다. 산수유가 지나가는 빛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빛은 잠시 당황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 예쁜 손에 이미 넋이 나갔으니까.
바로 이 손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손가락마다 개성이 넘친다. 각 손가락의 무늬는 그 사랑이 다른 형태로 표현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사랑은 다채로운 방식으로 나타난다. 붉은빛이 열정을 드러내지만 절제되어 있어 세련된 모습이다. 투명한 손은 생명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며, 어디에 두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 손으로 잡았으니, 잡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빛이 멈칫한 이유는 단지 그 손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빛은 산수유를 알고 있었다. 꽃이 전해준 것처럼 산수유는 변하지 않는 성실함과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그 사랑은 계절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속되며, 그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해지는 사랑이지만, 모두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꽃말처럼, 산수유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품고 있었다.
빛은 아름다움을 찾고 있었다. 수도 없이 지나갔지만, 그 순간 빛은 비로소 찾고 있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지나쳤던 모든 순간들 속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그 아름다움. 산수유가 내민 그 손을 통해, 빛은 마침내 그 진실한 사랑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