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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처럼 흩날리는 별을 읽고

거친 삶에서 고운빛을

by HAN

이세벽 작가님의 브런치에 들어갔다가 호기롭게 서평을 하겠다고 '먼지처럼 흩날리는 별'을 신청했다. 호기롭다는 표현을 한 건 내가 소설책을 거의 읽지 않아서다. 내 기억 속 마지막 소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였다. 게다가 로맨스 소설은 언제 읽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다. 아, 이런 것이 소설이지!


그런데 왜 신청했냐고 묻는다면, 이미 늦었다. 좋은 일을 하셨다고 만족하셨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내가 전하고 싶은 위로와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예시를 보여주었다. 손이 가는 대로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듯, 꿈꾸는 상황을 그리듯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대로 서평이라기보다는,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적는다.

이 책을 읽으며 예전에 작가님 브런치에서 읽었던 한 단편이 떠올랐다. 황토물에 들어가 우셨던 장모님 이야기. 그 글의 울림이 깊었기에 작가님의 이번 소설도 읽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죽을 만큼 거친 삶의 파도 속에서 건져낸, 고운빛에 관한 이야기. 사랑하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빚어낸 빛, 고운빛.


책은 두툼한 편이지만,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놓기가 힘들다. 섬세한 표현들이 마치 그림 같다. 장이 바뀔 때마다 여백이 있는데, 그 여백을 따라 감정을 정리하며 읽다 보면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된다. 감동적인 영화처럼, 책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여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마치 이미 존재했던 영화 같다는 착각마저 든다.

책 속에는 기타 치는 여자의 그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장마다 다른 그림을 넣을 수도 있었겠지만, 반복되는 흑백 그림 덕분에 오롯이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책 내용의 큰 흐름은 단순하다. 사랑했던 기억을 잃고, 상처를 남긴 채 각자의 길을 가지만 결국 다시 연결되는 이야기다.


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책을 펼쳐 눈 덮인 마을에서 월인을 만났고, 천강을 만났다. 상황은 다르지만, 천강은 영화 『파벨만스』의 마치를 떠올리게 했고, 월인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 속 베르테르를 떠올리게 했다. 처음엔 이름의 느낌만으로 월인과 천강의 성별을 착각했고, 주인공의 상태를 몰라 초반 대사 부분에서 오타가 난 줄 알았다. 몇 번이나 앞뒤 장을 오가며 책 속 눈 덮인 마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월인이었다. 나는 월인과 함께 장작을 패고, 벽난로에 고구마를 넣고,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돌고, 기타를 배우러 가는 천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춤추는 천강을 바라보고, 캠핑장을 돌았다.

해주가 월인에게 "엄마 죽이지 마"라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걱정을 하는 건 네 상처 때문이야. 월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그런데 그 말이 떠오르는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 월인이 보여준 정돈된 모습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해 사투를 벌인 결과였을 것이다. 괜찮아서가 아니라, 괜찮아야만 하는 삶. 월인의 무너짐이 너무 아팠다. 거친 삶의 여정에서 누가 온전함을 장담할 수 있을까?


사랑과 욕망,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하는 이를 위한 최선일까? 그에 앞서, 우리는 상대방의 무엇을 사랑하는가? 아니, 사랑의 실체는 무엇일까?

작가는 때론 깊은 물음으로, 때론 등장인물들의 스쳐 지나가는 대사 속에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책을 읽었다고 해서 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삶은 소중한 것을 찾는 여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중한 것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마치 물속으로 뛰어드는 잠수부처럼, 거친 삶 속에서 고개를 처박고 소중한 것들을 건져 올려야 한다. 방황하고 좌절하는 삶 속에서 건져 올린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여정 속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건져 올렸다.


책을 읽은 후, 같은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먼지처럼 흩날리는 별

흩날리는 먼지처럼, 삶은 때때로 불확실하고 흔들린다. 선명하지 않은 기억, 어딘가에서 끊어진 듯한 관계, 흔들리는 감정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그림은 그런 사랑을 표현했다. 마치 먼지가 바람에 흩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 서로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점들이, 흔들려 형체를 알 수 없는 선들이, 결국 하나의 별이 되어 빛난다.

책 속에서, 삶에 부딪히고 헤매던 사랑은 결국 다시 닿았다. 때로는 잊히고, 때로는 멀어지지만, 끝내 서로에게 도달하는 것. 흔들려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 부서진 자리에서 다시 이어지는 마음.

이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흩어져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다. 먼지처럼 희미할지라도, 결국에는 별이 되어 빛을 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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