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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도순

프러포즈에 대한 답장

by HAN

생일 축하와 함께 나의 아가가 되어주겠냐고 묻는, 예비 시어머니의 프러포즈 편지를 전달했다. 조졸한 이벤트에도 기뻐해서 우리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초대하느라 청소로 피곤했던 난, 보내고 일찍 잠이 들었다. 새벽에 눈을 떴는데 카톡으로 편지에 대한 답장이 와 있었다.


답장을 읽고 두 번 놀랐다. 처음엔 길어서, 그다음엔 글이 너무 예뻐서.


이곳에서 한 공개 프러포즈여서 답장도 공개한다.




어머니, 정성 가득한 편지 정말 감사드려요~!

편지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신 식사 자리와 깜짝 생일파티까지 저에게 참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ㅇㅇ이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을 텐데도, 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고 좋은 모습만 마음에 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 따뜻하고 행복해요.

어머니께서 처음 뵙던 날, "ㅇㅇ이가 이렇게 좋아하는 여자친구는 처음 봤어."라고 말씀해 주셨던 순간이 아직도 또렷이 떠올라요. 이번 편지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적어주셔서, 순간 그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어머니 말씀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자 축복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역시 ㅇㅇ이를 통해 좋은 가족을 만나 뵐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늘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시고 좋은 말씀을 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아직 ㅇㅇ이에게 프러포즈를 받지 못했는데, 어머니께 먼저 프러포즈 편지를 받게 되어 무척 영광이에요!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를 읽으며 어머니의 마음이 온기까지 그대로 전해져서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함께 본 앨범 속 어머니의 모습과 편지 속 어머니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한 장 한 장 더 의미 있게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이모님들과 오늘 통화드린 교회 권사님께서도 늘 어머니께 배울 점이 많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무척 따뜻하고 다정한 분이라는 문장이 마치 어머니의 이름과 함께 연결된 하나의 주어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어머니께 많이 배우고 싶고, 어머니처럼 베풀 줄 알고 타인의 선한 모습만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하셨지만, ㅇㅇ이는 그 틈에서 어머니께 받은 사랑을 제게 자주 이야기해요. 그때마다 ㅇㅇ이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지는 걸 보면, 저도 그 사랑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ㅇㅇ이에게 어머니의 이야기를 물어보고, ㅇㅇ이의 입으로 듣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참 좋아해요.

ㅇㅇ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은 더 쌓여가는 거라고 말하는데, 어머니께서 편지에서 전해주신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말씀이 제 마음을 관통하는 문장이었어요.

편지를 읽는 내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가셨을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저에게 먼저 따뜻한 사랑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못 알아보는 글자 하나 없이 글자가 너무 예쁘셨어요! 할머니께서도 명필이셨는데, 어머니께서도 명필이세요.

감사의 마음을 빠르게 전하고 싶어 두서없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제 진심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종종 연락드리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주신 사랑과 가르침을 바탕으로, 저도 ㅇㅇ이와 함께 더욱 단단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생일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예쁘고 다정한 생일파티 처음 받아봤어요 ㅠㅠ!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사랑을 담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사실, 나의 손 편지는 다른 사람에게 주기에는 조금 창피하다. 글씨를 잘 쓰지 못하고, 편지지조차 울퉁불퉁한 종이라 엉망이다. 글자를 못 알아볼까 봐 걱정돼서 브런치에 올린 글을 먼저 보여주었었다. 그래서 답장에서 "글자가 예쁘다"는 표현을 들을 수 있었다. 그저 글자가 아니라, 마음을 담은 글자를 보았을 거다.

마음의 온기를 느끼고, 의미를 들여다보고, 타인의 선한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아이다.

내가 소중한 것을 함께 소중함으로 바라봐 주는 마음에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자는 내 글에 새아가는 "오순도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답글을 보내왔다.

네이버 사전에 '오순도순'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정답게 이야기하거나 의좋게 지내는 모양. ‘오손도손’보다 더 큰 느낌을 준다."

나는 "오손도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새아가는 "오순도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내 아들이 나보다 더 큰 그릇이듯, 새아가도 그렇다.

이렇게 "오순도순",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 지금의 마음을 이곳에 남겨둔다.

KakaoTalk_20250318_001000813.jpg 친구가 만들어준 편지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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