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짐을 지고 온 당신에게

봄이 네게 말할 거다

by HAN

꽃 피는 4월,

진짜 꽃들의 기세에 눌려

겨울에 그렸던 꽃들은 어쩐지 창백해 보입니다.

마치 누군가의 마음처럼요.


요 며칠, 설명할 수 없는 시린 마음이 저를 감쌉니다.

내 마음인지, 누군가의 마음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의 눈물이 제 안으로 흘러들어 온다는 겁니다.


이 글은,

그 시린 마음과 알 수 없는 눈물을 위로하고픈

저의 작은 동행입니다.




말없이 지나온 시간들

말없이 지나온 날들이 있었지.

누구도 몰랐고, 말하지도 못했지만

그 시간들은 분명,

네 마음을 조금씩 깎고 또 깎아

이 작은 선 하나에 새겨졌을 거야.

선으로 표현한 삶의 사계절

봄: 피어나야 했기에 아팠던 계절

차가운 땅을 뚫고 나오는 떨림이

누구도 모르는 자리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었지.


여름: 뜨거움 속에서 살아있던 시간

모든 것이 뜨겁고 버거웠지만,

그래서 더 살아있었던 시간.

휘청거리는 삶 속에서도 너는 춤추는 법을 잊지 않았어.


가을: 잃어도 품었던 마음

떨어지는 것들을 조용히 바라보며,

잃어도 여전히 품고 있었던 마음.

그 낙엽 끝에, 묵묵히 앉아 있던 너의 존재.


겨울: 보이지 않는 온기

온 세상이 멈춘 듯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온기가 살아 있었음을

누구보다 너는 알고 있어.


이 네 계절은 거창하지 않지만,

온 힘을 다해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이야.


바로 너,

그 애씀의 시간을 걸어온 사람의 이야기.




봄은 기어이 찾아온다

나는 묵묵히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을 그렸어.

묵묵히 짐을 지고 가는 사람

말없이 무거운 것을 감당하며,

굽은 허리와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말 대신 자세로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


어쩌면 너고,

어쩌면 나일 그 삶을 나는 알아.

그런 삶에도, 봄은 기어이 찾아오지.


봄이 네게 말할 거야.


누군가의 눈물이 내 마음을 타고 흘러.

너는 누구니?

나를 알기는 하니?


누군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저 울고 싶었겠지.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를 테니까.


봄이 와.

벌써 선명한 초록빛을 냈어.


누군가의 마음에도 봄이 왔을까?

아직 오지 않아도 괜찮아.

넌 그 자리에 있으면 돼.


아무리 싫다고 몸부림쳐도 너는 봄을 막을 수 없어.

해맑은 웃음에 너도 넘어가.

봄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너는 끝이야.

네 눈물도 큰일이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테니까.


그래도 봄은,

네게 기어이 속삭일 거야.

애써 웃을 필요 없다고.




꽃 피는 계절 앞에 선 당신,

한없이 흐릿한 마음일지라도 괜찮습니다.


묵묵히 짐을 지고 걸어온 당신의 등이,

따스한 봄 햇살 아래 편안히 기댈 수 있기를.


이 글이,

그리고 우리의 눈물 안은 동행이

당신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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