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

미안함이 덜 할 수 있길

by HAN

작년에 쉬면서 민간자격증이 도움이 될까 하고 몇 가지 분야의 온라인 강의를 들었었다. 그중 하나가 아동 발달 전문가 과정이다. 그 과정을 들으면서 내가 너무 한심했고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아이들을 낳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키운 것이.


아이의 성장과정을 이해하고 아이의 성장에 맞춰 신체발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나 놀잇감을 제공하고 교감하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지금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데 젊은 시절 난 그러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가 되었고 나의 아이들은 무지한 엄마 때문에 태어나서부터 고전 분투해야 했다.




첫아이가 배에 있을 때 난 병원에 근무했다. 시간이 없어서 미리 준비를 못했던 건 아니다. 점심을 먹고 남는 시간에 난 일본어 사전을 찾아가며 일본어 에세이를 읽었다. 마치 공부하는 사람처럼. 그때 이후로 나는 일본어 책을 본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난 답을 안다. 생각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몰라서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다. 몸은 어른인데 생각은 크지 못한 아이처럼.


산후조리를 할 때 큰 아이가 많이 울었다. 난 졸린데 아이는 계속 울었고, 아이가 울면 난 기저귀를 보고 아니면 분유를 먹였다. 분유 먹을 시간이 아니니까 남기고, 분유 먹는 시간이 엉키고. 난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지쳤다. 남편이 파견 근무 중이어서 난 그때 어떻게 하면 잘 수 있을까만 생각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산모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방을 덥게 하고 아이를 옆에 같이 뉘어서 더웠던 거 같다. 아이가 처음 맞는 환경이 좀 더 쾌적한 상태였으면 좋았을 텐데...


작은 아이는 산후 휴가가 끝나고 직장에 다시 출근하면서부터 작은아버님 댁에 맡겼다가 주말마다 데리고 왔었다. 안양에서 서울 화곡동을 버스를 타고, 때론 큰아이와 함께. 환경이 바뀌니까 아이는 적응을 못해서 울었다.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주위에서 도와줬어도 다들 바쁠 때라 그렇게 그렇게 어쩔 줄 몰라하며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이 흘렀다.

아니 그냥 흘렀으면 덜 미안했을지도 모른다. 바쁘고 무지해서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봐주지 못하면서 도덕과 윤리를 이야기했던 시간들이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받는지, 아이들이 뭘 원하는 것인지 알았다면 그렇게 안 했을 텐데. 특히 큰 아이에게는 미안한 부분이 너무 많다.


성장한 큰 아이가 말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경계를 정해주지 않고 무조건 알아서 하라고 해서 경계까지 고민하느라 힘들었다고.


돌아보면 나 역시 잘못된 양육으로 위축된 부분이 있다. 아빠는 어린 나에게 깡통 굴러가는 소리라고 했고, 늦게까지 소변을 못 가린 나에게 키를 쓰고 소금을 받아오라고 했다. 사과를 그리라고 준 도화지에, 구석에 조그맣게 그렸더니 왜 가운데 큼직하게 못 그리냐고 타박을 했다. 그 사소한 상황들이 지금껏 기억에 있다. 이제 괜찮다. 아빠도 내가 얼마나 상처받는지 알았다면 그렇게 안 하셨을 테니까.




난 어른이 되면서 아이들마다 섬세함이나 두려움의 정도가 다름을 이해하게 됐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나의 젊은 시절 상황을 설명하며 미안했던 일들을 사과했다.


섬세한 아이들은 조금 우울하다. 우린 그 우울함을 같이 이야기한다. 난 아이들이 우울함을 표현하는 것이 감사하다. 표현 조차가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걸 아니까. 신앙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힘들 때 같이 울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난 아이들이 이 땅의 삶을 사는 동안 웃을 수 있길 바란다. 엄마가 함께 있기에 두려움이 덜 해지고, 따스한 사람들과 가치 있는 일을 하기 바란다. 다른 건 부족해도 괜찮다.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모래성을 쌓듯이 허무함에 희생되지 않기를, 홀로 외로이 남겨지지 않길 바란다



내가 돌아갈 수 없기에 젊은 사람들은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에 앞서, 아이를 갖기에 앞서 아이들에 대해 공부를 하면 좋겠다. 아동발달 전문가가 되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의로 라도. 그리고 아이들이 이 낯선 세상에 낯선 사람들과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 도와주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미안함이 덜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