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 걷는 마음의 시간
의도치 않은 시선과 상처,
타인의 모습 안에서 발견한 내 모습.
그리고 회복하게 하시는 이의 손길.
지인을 생각하며,
생일 선물로 그리기 시작한 그림이다.
오늘 새벽 기도 때 주신 마음까지 더하니
이 네 점의 그림은 내 마음의 사계절 같다.
소생하는 봄을 맞고,
열정의 여름을 지나고,
추락하는 가을을 지나며,
그 아픔에 힘겨웠던 겨울을 건넜다.
그리고 다시, 소생하는 봄을 맞는다.
1. 봄
처음의 나는 조용했다.
마음속에 바람은 불지 않았고,
잔잔한 햇살이 노란 들판을 감싸고 있었다.
작고 연한 꽃들이 바람을 타고 피어났다.
그건 내가 피우려던 감정이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내 안에서 조용히 올라온 따스한 숨결 같은 것이었다.
나는 원래, 내가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
늘 그렇게 나를 믿어왔다.
2. 여름
감정이 꽃을 피웠다.
빨강, 보라, 분홍, 하양…
사랑일 수도 있었고, 그리움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고,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었던 순간.
너무 많은 색이 한꺼번에 피어났고,
나는 그저 그 감정들을 바라보며 화폭을 채워나갔다.
그 모든 감정이 아름다웠고, 그만큼 무거웠다.
3. 가을
하지만 그즈음, 나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오해와 갈등 속,
겉으로는 괜찮은 듯 지나가던 말들,
무심한 표정들, 설명되지 않는 거리감들.
그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조금씩 쌓였고,
나는 어느새 생전 처음 느껴보는 분노를 품고 있었다.
한 사람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러 겹의 시선과 말들이 모여
나조차 몰랐던 감정의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그 순간, 나는 알지 못한 채
내 안의 어둠과 마주하고 있었다.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신의 위로로 나는 다시 웃게 되었지만
나 스스로 놓지 못한 기억들이 순간순간 떠올랐다.
4. 겨울
나랑 맞지 않은 사람들은 안 보면 그만이다.
내 마음속에 작은 파편처럼 남아 있었던 건,
직접 상처를 주지는 않았지만
말 없는 거리와 식어버린 시선이었다.
사라진 말 대신, 남은 건
설명하지 못한 내 마음과,
사과받지 못한 작은 아픔들이었다.
전에 기도하면서 이런 마음이 들었었다.
"지금 네가 바라보는 모습은 네 모습이야."
그때는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감정의 사계절을 지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우리 모두 안에는 조금씩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
상처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
나 역시 누군가를 바라볼 때
조심스럽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
모든 감정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상처도, 흔들림도, 외로움도, 결국은 나의 이야기였다.
그림은 완성되었지만,
내 마음의 계절은 아직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흐르고 있다.
이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