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카슨 스토리를 보고
큰아이의 결혼을 앞두고, 오래된 사진들을 천천히 들여다봤다.
아이의 사진들을 따로 정리하며, 앨범 마지막 장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구나.
사진을 정리하면서 너의 미소에 웃고,
너의 어두운 표정에 울면서,
너와 엄마의 삶을 돌아봤어.
미안했던 순간들이 너무 마음이 아팠어.
따뜻한 엄마였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미숙한 엄마라 미안했어.
그래도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고,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고 기도할게.
사랑해.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아이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심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오늘 새삼 생각해 본다.
문득, 몇 년 전 봤던
《벤 카슨 스토리》 영화가 떠올랐다.
세계 최초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한 신경외과 의사,
벤자민 카슨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가 떠올랐다기보다,
그 영화 속 어머니가 떠올랐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고,
남편에게도 버림받고,
글도 제대로 읽을 줄 몰랐던 여자.
그녀는 청소부와 베이비시터 일을 하며
두 아들을 키웠다.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거친 삶 속에서,
자신도 아팠을 것이다.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이들에게 단 한 마디를 건넸다.
"넌 실패할 아이가 아니야.
단지 아직 똑똑함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야."
그 영화를 보고,
'어포메이션(Afformations)'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긍정적인 말을 믿고 반복하거나,
긍정적인 질문을 통해
생각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방법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짧은 문장이나 질문만으로는
삶의 뿌리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삶을 바꾸는 것은
반복된 말이 아니라,
그 말의 뿌리가 되는 마음이라고 믿는다.
나는 말보다
마음속 생각의 힘을 믿는다.
일부러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속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말.
그것이 진짜라고 믿는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
충만한 사고와 선택,
그 걸음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
그게 결국 말이 되고, 삶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말은,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절망을 견디면서도 스스로를 믿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 말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삶을 바라보는 지혜에서 나왔을 것 같다.
그 지혜는,
고난을 버티며 얻은 것이었을 테고.
그 버틸 수 있는 힘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왔을 것이다.
고요한 시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쓰다 보니,
어쩌면 다듬어지지 않은 마음의 조각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축적된
내 삶의 시선으로 바라본 결과다.
신의 사랑 안에서,
더 따뜻하고,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려 한다.
어설픈 마음의 조각이나마,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흘러가
소중함을 남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