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닦은 너에게
다정함은 잊히지 않고,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지친 어느 날,
다시 나를 되돌리고 꿈꾸게 합니다.
이 글은 기억나무 1편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나무 아래 조용히 서 있었어요.
오랫동안 아무것도 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자리,
그곳에 아주 천천히, 노란빛이 스며들고 있었어요.
빛은 말없이 아이의 어깨에 내려앉았고,
오래전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처럼 느껴졌어요.
그 순간, 아이는 긴장이 조금 풀리는 걸 느꼈고,
가슴 언저리쯤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조용히 퍼져나가는 듯했어요.
그리고 그 손길은 조용히 속삭였어요.
“천천히 가도 괜찮아.
멈춰 있었던 시간도,
돌아오지 못했던 마음도,
모두 괜찮아.”
아이는 그 말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정함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거든요.
그걸 느끼는 순간, 눈가에 맺힌 무언가가 살짝 흔들렸어요.
그렇게, 잊혔다고 생각했던 감정 하나가
조용히 다시 이어지고 있었어요.
받아들인 그 다정함은
기억 속에만 머물지 않았어요.
아이는 생각했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다정한 걸 주고 싶어.”
그런데 곧, 고개가 조금 숙여졌어요.
“그런데... 나는 뭘 줄 수 있을까?”
한참을 그렇게 조용히 서 있던 아이에게,
나무가 말없이 살랑거렸어요.
그때 떠올랐어요.
행복했던 그 순간들—
조용히 웃어주던 얼굴,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던 눈빛,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함께 웃던 시간.
그 감정들은 이어지고, 번져가며
내 안에 고요한 결을 남겼어요.
아이는 아주 작게 웃었어요.
그런 다정함은 크고 멋진 선물이 아니라는 걸
이제 알 것 같았어요.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용히 다정했던 아이는
그 마음들이 여전히 자신 안에 남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아차렸어요.
그리고 그동안 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 마음이—
사실은 늘 품고 있었던 꿈이었다는 것도요.
“내게 있는 것을 너에게 주는 꿈.”
아이는 다시 다정한 아이로 살아가기로 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오랜만에 배가 고파졌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면
몸도 함께 깨어나는 걸까요?
아이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피어났어요.
이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하지만, 잠시 덧붙이고 싶은 마음이 남았습니다.
기억나무 아래,
그때 내가 받았던 따뜻함은
기억 속에만 머물지 않았어요.
다시 살아가고 싶은 마음,
누군가에게 다정함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했죠.
그 다정함은 책 속 문장이었고,
누군가의 말투였고,
스쳐 지나간 풍경 하나였어요.
그 조각들이 모여
지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나는 그제야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떠나야겠다고 느꼈던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마음 깊이 남았어요.
그 끝에서 나는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당신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솔직해졌어요.
다 전하지 못했을까 봐,
마음의 조각 하나를 더 얹어 이렇게 말합니다.
“내 안에 남아 있던 마음을,
이제 당신에게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