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달 아래, 당신이 만든 자리
연약함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기억
낯선 식탁에서 문득
당신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사랑이 뭔지 아직 모르지만,
이 연약함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그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만든 자리
점심식사에
초대받았습니다
그 자리가
당신이 만든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거기에 계신 듯했으니까요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환한 빛이 다가왔습니다
당신도
보셨을까요
하얀 식탁 위
알록달록한 야채
예쁜 그릇에 담긴 음식들
별빛 같은 조명이
식탁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낯선 이들을 보고
강아지들이 경계의 소리를 냈습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우스운지
벽에 걸린 꽃달이
웃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얼굴도
웃는 꽃달 같았습니다
쿠키가 담긴 선물 상자
품격 있는 생수도 받았습니다
열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엔
꾹꾹 눌러 담긴 정성이
들어 있었으니까요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병 속 생수가 출렁였습니다
그 물은
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채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비어 있던 마음 한켠이
조금씩
채워지는 듯했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서로 다른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 힘겨움을
나누었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연약함이 펼쳐지는 순간
행복할 수 있다니요
아마도
이런 순간조차
사랑이겠지요
당신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당신의 사랑을요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할 것입니다
그런 꿈을 꿉니다
그리고
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당신이 만든 자리에서
나는 다시 사랑을 배웁니다.
* 꽃달 — 꽃으로 꾸며진 달모양 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