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머무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줄 위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by HAN
줄타는 아이들, 지켜보는 마음.jpg 줄 타는 파란색 아이들을 지켜보는 마음
이 그림은 줄 위를 걷는 아이들의 마음을 상상하며 그렸습니다.
불안과 희망, 그리고 아직 표현되지 않은 감정의 결이 담겨 있습니다.


파란색 아이들이 있다.
작고 파랗고, 조금은 거칠고 불안한 몸짓들.
그들은 선 위를 걷는다.
높이도 아니고, 땅도 아닌
어딘가 애매한 경계 같은 곳을.


가까이에서 보면,
그 선은 줄처럼 가늘고 불안정하다.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그 위에 서 있는 아이의 마음처럼.


아이들은 웃는다.
장난도 건다.
눈빛은 반짝이고, 목소리는 가볍다.
하지만 내가 손을 내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어진다.
그 거리감은
거절이 아니라, 조심이다.


나는 조금씩 알게 된다.
그 마음은
“다가가고 싶지만, 혹시 또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시험이라는 걸.


한 번은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지는 행동.
무표정하거나 말이 없는 얼굴.
애써 괜찮은 척 밝게 웃는 모습들.
그건 모두
이 어른이 정말 안전한 사람인지
묻고 있는 신호들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내 손을 당기고, 마음을 낮춘다.
지켜본다.
서두르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묻지 않아도, 그냥 함께 있어줄게.
줄 위를 걷는 동안
너에게 가장 필요한 건
지켜보는 눈빛 하나일지도 모르니까.


넘어져도 괜찮아.
너만의 속도로 걷다 보면
언젠가는 네가 원하던 자리로 닿을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때까지 이 자리에 있을게.


파란색으로 거칠게 그린 아이들.
그 끝에 남은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그 위에 조용히 얹힌 희망의 흔적들.


나는 지금,
줄 타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곁에 머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서 있다.
물러서서 기다리고,
말 대신 시선을 건네며,
마음을 다해 곁을 지키는 연습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줄 위에 있고,
어른의 사랑은 그 아래 머문다.
넘어질 수도 있고, 멈춰 설 수도 있겠지만
그 줄 아래엔 항상 따뜻한 눈빛이 머물고 있다는 걸
아이들이 언젠가는 느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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