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숟갈의 무게

가장 작고 가장 큰 사랑에 대하여

by HAN

삶은 어쩌면, 아주 길어진 소풍인지도 모릅니다.
햇살이 비치는 들판만 걷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고 지치고, 때로는 돌아가고 싶어지는 순간들까지 모두 포함된 소풍.


“집에 가고 싶어.”
이 단순한 말 안에는 쉼에 대한 갈망과,
지금 이 길이 정말 맞는지에 대한 조용한 절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 마음 끝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죠.
“아직은 안 되죠. 지금부터 시작인걸요.”
삶은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여전히 시작이라는 부름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부름 앞에 선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밥 한 숟갈의 무게만큼 나눈 다정함,
춤처럼 번져간 노래 한 구절,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들려온 영혼의 회답까지.


소풍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배우고, 나누며, 다시 걸어갑니다.




소풍이 길어지니까

집에 가고 싶어.


허상인 줄 알면서도

자꾸 들으니까 두려움이 몰려오고

쉬고 싶어졌어.


이제 주변의 소리는

재미있지도 않고, 소음처럼 들려.


너 틀렸다고 말해주고 싶어.

싱그러움이 바닥났나 봐.


새로운 걸 봐도

호기심에 깡충거리지 않아.


기운이 없어서 눕고 싶었어.


간신히 한 걸음을 옮겼는데

새로운 것들이 보였어.

그런데 고개를 돌렸어.

귀찮아서.


그때 어떤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어.

소풍 나오셨냐고.

나도 소풍 나왔다고.


그냥 아... 네...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는데,

말걸음을 멈췄어.


소풍?

이건 암호 같은 거야.

모두가 소풍 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


그 사람이 계속 나를 보고 있었어.

온화한 얼굴로.

마치 나를 아는 것처럼.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래서 말했어.

“집에 가고 싶어요.”


그 사람이 웃으며 말했어.

“아직은 안 되죠.

지금부터 시작인걸요.”


글쎄...

뭔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기운이 없는데.


그 사람은 가버렸고,

난 주머니를 뒤져

있는 돈을 몽땅 꺼냈어.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잔뜩 시켰지.


입에 음식을 가득 넣고 있는데,

나처럼 기운이 없는 사람들이

조용히 지나갔어.


조금씩이라도

다 같이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다 불렀어.


“한 숟갈씩이라도 드세요.”


요기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어.

기운이 없었던 건,

배가 고파서였나 봐.


서로를 보고

잠시 웃었는데

오히려 더 막막해졌어.


이젠 동전조차 남지 않았고

아무것도 없이

소풍을 이어가야 하니까.


그때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그게 사랑이니?


밥 한 숟갈의 무게만큼
짐을 지워준 게
너에게는 사랑이니?"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어떤 여자가

가운데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어.


발레 하듯

한 손은 하늘을 향하고

한 손은 배를 감싸듯 원을 그리며

발꿈치를 들고

빙그르 돌더니


그대로 하늘로 올라가는 거야.

사랑이 꿈처럼 흐르면 별들이 안고, 사랑이 물처럼 흐르면 고래가 춤추지

모두가 놀라

말없이 바라보는데

또 다른 사람이 노래를 이어갔어.


"그 짐만큼의 무게로 널 안아줄게
그건 사랑이니까

사랑이 꿈처럼 흐르면
별들이 안고

사랑이 물처럼 흐르면
고래가 춤추지"


춤추듯 올라간 그 여자는

하늘에서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바라보며

천사처럼 노래했어.


"밥 한 숟갈보다 더 큰 사랑이 있을까
고픈 배를 채워주는 것보다
고마운 일이 있을까

그 사랑이 하찮다고
누가 그러니

너를 안고
네가 품은 아이를 안고
그 아이의 아이를 안고도 남을
그 사랑을"


그 순간

눈물이 흘렀어.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모르겠어.


정신을 차려보니

빈 공원에

덩그러니 나 혼자

울고 있었어.


그런데

그 여자의 노랫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어.


"그 사랑이 하찮다고
누가 그러니

너를 안고
네가 품은 아이를 안고
그 아이의 아이를 안고도 남을
그 사랑을"


주머니에 손을 넣어봤어.

동전이 부딪치며

소리를 냈어.


언젠가 신이

내게 물었어.

아니,

내가 신에게 물었지.


"사르밧 과부가 한 일이 무엇입니까?"


그 질문,

내가 생각해 본 적 없었거든.

그래서

신이 물은 줄 알았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바로 답이 떠올랐어.


“공궤.”


낯설지만

분명한 말.


이제는 알아.

내가 안달하지 않아도

소풍은

언젠가 끝날 거라는 걸.


울면서 가는 길일지라도,

나는

사르밧 과부처럼 살다 가려고.


꿈같은 순간과,

꿈속 같은 질문처럼.

무너지지 않고 살아낸 사람의 옆모습. 사랑은 뿌리처럼 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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