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일기 ① – 증거물

하나님이 계셨다는 흔적을 남기는 글

by HAN

‘백수(白手)’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하얀 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손이라는 뜻이다.


직업도, 기반도, 어떤 명확한 성취도 갖지 못한 상태.
예전에는 혼사 자리에서
“그 사람은 백수야”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표현되곤 했다.


지금의 나는,
이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싶다.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어쩌면 새로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지 모른다.


비워진 손 위에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담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은 오히려 복된 여백이다.




나는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난다.
다섯 시 반 예배에 나가 하루를 하나님께 드리고,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면
세상은 아직 조용하다.


그리고 다시 잠에 들기도 한다.
하루의 속도는 느리고,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점심을 먹고
혼자 계신 엄마에게 다녀온다.
긴 대화는 아니지만,
그저 곁에 머무는 시간이 나도 모르게 위로가 된다.


그 사이 나는 글을 쓰고,
마음이 움직이는 날엔 그림도 그린다.
계획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지금 느껴지는 것을 꺼내놓는다.


나는 종종 내 우울함을 글로 표현한다.
감정을 감추지 않고 적는다.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 이유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지금도 내 삶을 이끄시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록은 단지 글이 아니다.
나에게는 증거물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누구를 믿고 있는지를 남기는 기록.


그림도 마찬가지다.
붓 끝에 남은 마음을 따라 그린다.

흔들림 안에서 서다.jpg 흔들림 안에서 서다

이번 그림의 제목은
⟪흔들림 안에서 서다⟫.


옅은 배경 안에
붉은 형상이 조용히 중심을 지키고 있다.
그 안에 나는 소망을 담았다.


소망을 안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이 기록들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히 머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b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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