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계셨다는 흔적을 남기는 글
‘백수(白手)’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하얀 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손이라는 뜻이다.
직업도, 기반도, 어떤 명확한 성취도 갖지 못한 상태.
예전에는 혼사 자리에서
“그 사람은 백수야”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표현되곤 했다.
지금의 나는,
이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싶다.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어쩌면 새로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지 모른다.
비워진 손 위에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담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은 오히려 복된 여백이다.
나는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난다.
다섯 시 반 예배에 나가 하루를 하나님께 드리고,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면
세상은 아직 조용하다.
그리고 다시 잠에 들기도 한다.
하루의 속도는 느리고,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점심을 먹고
혼자 계신 엄마에게 다녀온다.
긴 대화는 아니지만,
그저 곁에 머무는 시간이 나도 모르게 위로가 된다.
그 사이 나는 글을 쓰고,
마음이 움직이는 날엔 그림도 그린다.
계획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지금 느껴지는 것을 꺼내놓는다.
나는 종종 내 우울함을 글로 표현한다.
감정을 감추지 않고 적는다.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 이유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지금도 내 삶을 이끄시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록은 단지 글이 아니다.
나에게는 증거물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누구를 믿고 있는지를 남기는 기록.
그림도 마찬가지다.
붓 끝에 남은 마음을 따라 그린다.
이번 그림의 제목은
⟪흔들림 안에서 서다⟫.
옅은 배경 안에
붉은 형상이 조용히 중심을 지키고 있다.
그 안에 나는 소망을 담았다.
소망을 안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이 기록들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히 머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by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