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을 꿰듯, 다시 말을 걸다
이 이야기는 ‘전자약’이라는 다소 낯선 기술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기술을 통해 끊어졌던 몸과 마음의 대화를 다시 잇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몸에게 말을 겁니다.
“움직여.”
“괜찮아.”
“조금만 더.”
그런데 어느 날,
몸이 보내는 신호에 우리가 더 이상 답하지 못한다면요?
이것은 실을 바늘에 끼우는 작은 도구, 실 끼우기입니다.
작은 구멍 앞에서 흔들리는 실을 천천히 통과시켜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어주는 도구죠.
전자약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일을 합니다.
신호가 끊긴 몸과 마음 사이에,
다시 실을 꿰듯 작은 다리 하나를 놓아주는 기술입니다.
전자약은 몸속 전기 신호의 언어를 다시 읽고,
필요한 부위에 정밀하게 자극을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마치 약처럼 손상된 생체 회로에 작용해,
몸의 균형과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단순히 전류를 흘려보내는 기존의 전기치료와는 다릅니다.
전자약은 신체 내부의 특정 회로에 정교하게 반응하기에,
‘전자’와 ‘약’이라는 이름이 함께 붙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도,
고통받는 마음에도,
신호는 여전히 미약하게나마 흐르고 있습니다.
그 흐름을 다시 읽고, 이어주는 일—
그것이 전자약이 하는 일입니다.
기계보다 조용하고,
의술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몸에게 말을 거는 기술.
저는 이 글을 통해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이 잇고자 하는 ‘사람의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는
전자약을 통해 ‘몸에게 말을 거는 순간’들을 따라갑니다.
작은 토닥임이 꾸준히 쌓여
결국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처럼,
잃어버렸던 삶의 활력이
다시 찾아질 수 있다는 조용한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단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고 싶은 모든 존재에게—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라며,
지금, 작은 실 하나를 꿰어봅니다.
작은 토닥임도, 언젠가 반드시 길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