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꽃잎과 아기 벌

슬픔을 슬픔으로

by HAN

꽃송이 중에 가장 가운데에 있는 아기 꽃잎은 밖을 볼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무료하던 차에 아기 벌이 다가왔어요.

"너 누구야?" 꽃잎이 물었어요.

"나?"

벌이 머뭇거리자 꽃잎이 다시 물었어요.

"너 친구야? 이렇게 노란 거 보니까 친구 같기도 한데 다르게 생겼네?"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꽃잎이 물었어요.

"너 왜 왔어?"

"어... 나... 음... 그냥." 벌이 머뭇거렸어요.

"그냥? 우리 엄마가 나쁜 사람하고 놀지 말라고 했는데 너 좋은 사람이야?"

꽃잎의 질문에 당황한 벌이 대답했어요.

"나? 나 나쁜 사람인데."

"나쁜 사람이야? 우리 엄마가, 나쁜 사람은 자기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그랬어. 너 좋은 사람이구나? 너 왜 왔다고 그랬지?"

꽃잎이 까르르 웃으며 말했어요.

더 당황한 벌이 머뭇거리며, "나... 그냥 왔는데..."

"아 그래?"

활달한 꽃잎 덕분에 아기 꽃잎과 아기 벌은 금세 친구가 됐어요.


근데 아기 벌이 왜 왔을까요?

아기 벌은 꽃잎의 꿀을 훔치러 왔어요. 그런데 아기 벌은 아기 꽃잎이 너무 예뻐서 당황한 나머지 나쁜 사람이라고 정말 솔직하게 말해버린 거예요. 아기 꽃잎이 당황한 아기 벌에게 착한 사람이라고 말해줘서 같이 놀 수 있었어요.

아기 벌은 기쁘기도 했는데 또 슬프기도 했어요. 이기 벌은 자기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기 벌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기 꽃잎에게 말했어요.

"근데 있잖아, 나 정말 나쁜 사람이야."

아기 이 놀라서 물었어요.

"왜?"

"나... 네 꿀 훔치러 왔어." 아기 벌은 고개를 숙이고 머뭇거리며 사실대로 말했어요.

잠시 조용하던 아기 꽃잎이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래? 우리 엄가가 꿀은 나눠먹는 거라고 그랬어. 욕심부리면 안 된다고. 너 훔치러 온 거 아니야. 내가 덜어 줄게."

아기 벌은 속으로 깜짝 놀랐어요. 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아기 벌은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아기 꽃잎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기 벌에게 꿀을 나눠줬고 아기 벌은 너무나 고마워서 아기 꽃잎을 꼭 안아줬어요.

아기 벌과 아기 꽃잎은 오랜 친구처럼 잘 맞았고 금방 시간이 지나갔어요. 이제 아기 벌이 갈 시간이 됐어요.

"오늘 너무 재밌었어. 고마워. 이 꿀도 잘 먹을게"

이렇게 인사를 하고 떠나는 아기 벌을 보면서 아기 꽃잎은 너무 슬펐어요. 이제는 다시 못 볼 거 같았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암튼 그런 마음이었어요.

"알았어. 잘 가."

아기 꽃잎은 아기 벌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인사했어요. 슬픈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요.

이렇게 둘은 헤어졌어요.


아기 꽃잎 생각대로 아기 벌은 다시 오지 않았어요.

왜 오지 않았냐고요? 이기 벌은 예쁜 아기 꽃잎이 너무 좋았거든요. 예쁜 마음도 너무나 고마웠고요. 그래서 아기 꽃잎에게 해를 끼치는 거 같고 꿀을 빼앗는 거 같아서 다시 갈 수 없었어요.

아기 벌은 꿀이 아니더라도, 꿀이 없더라도 아기 꽃잎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멀찌감치 아기 꽃잎을 보고 있었어요.

아기 꽃잎은 아기 벌이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고 정말 슬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벌이 왔어요.

아기 꽃잎은 노란빛의 날개에 기뻐서 눈을 들었는데 너무나 커다란 아인 거예요.

그래도 반갑게 맞았는데 이 벌은 아기 꽃잎에게 다정하지도 않았고 착하지도 않은 이상한 어른 벌이었어요.

그 벌은 아기 꽃잎의 꿀을 다 가져가 버렸어요.

그 후로 아기 꽃잎은 다시는 벌을 좋아하지 않기로 했어요.

아기 벌은 자라서 어른이 됐고, 아기 꽃잎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시들어 말라버렸어요.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벌이 시들어 말라버린 꽃잎 옆에 살며시 다가와서 꽃잎을 안아줬어요. 그때 아기 벌이었던, 아기 꽃잎을 사랑했던 그 벌이.

"나 알아?"

꽃잎이 눈을 뜨고 보니까, 어린 시절 꽃잎을 보고 너무나 예뻐서 어쩔 줄 몰라했던 그 벌인 거예요. 지금은 커졌지만 아기 벌이었을 때처럼 그 눈빛 그대로 꽃잎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시들어 말라버린 꽃잎을.

이제는 아기 꽃잎도, 아기 벌도 아닌데.


잠시나마 정말 예전으로 돌아간 거처럼 아기 꽃잎과 아기 벌이 되어서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꽃잎과 벌은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된 걸 알았어요. 꽃잎은 얼굴도 못 보고 헤어졌던 어린 시절 이별을 오랜 시간 후회했어요. 꽃잎은 이제 예쁜 얼굴이 아니지만 벌을 바라봤고, 슬픈 마음을 숨기지 않고 벌을 안았어요. 어른이 된 벌도 어린 시절처럼 괜찮은 척하지 않고 울며 꽃잎을 바라봤어요


벌과 작별을 한 꽃잎은 바람에 흩어져버렸고, 벌도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