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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n 29. 2022

노부부 동상을 보며

이런 동상이 있으면 어떨까?

집 근처 공원에 있는 노부부 상이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난 예술을 잘 모르지만 이 상을 보고 감탄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의 거리, 표정, 시선, 손 위치까지 모두 너무 섬세하다.


나의 엄마, 아빠 같기도 하고 , 이웃의 엄마, 아빠 같기도 한 이 상을 한참 들여다보며 난 나름의 상상을 해봤다.


대부분의 경우 반백년 이상을 함께 한 시간은 바짝 붙지 않고 온기는 느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게 하지 않을까? 조금은 떨어져 앉아있는 모습이 절묘하다.


왼손을 가두기라도 하듯 지팡이 잡은 할아버지의 오른손은 단호하다. 할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강직하게 앞만 보고 사셨을 거 같다. 앞을 보시는 할아버지는 감긴 듯 작은 눈으로 뭔가를 예리하게 보고 계신 거 같다. 할아버지는 표정이 없는 거 같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웃으실 거 같기도 하다.


할머니는 다다. 할머니는 딴짓하는 사람처럼 살짝 옆을 보고 웃으신다. 대견함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옆을 보고 있어서 정겹다. 따스한 시선으로 주변을 살피고 사랑을 흘려보내셨을 거 같다. 지금도 할머니의 열린 두 손은 다른 사람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거처럼 보인다.


가족의 책임자로, 크고 작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지키며 애쓰신 어르신들의 삶이 훗날 행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이런 상이 있으면 어떨까?

  

팔을 뒤로 벌려서 누군가 뒤에서 업힐수 있게 만든 할아버지 상, 두 팔을 들어 누군가 안길 수 있게 만든 할머니 상. 할아버지에게 업힌 아이와 할머니에게 안긴 아이 눈이 마주칠 수 있게 위치도 조정하고 튼튼해서 누구든 업히고, 안기게 만든다.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있다.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를 위해서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다가 손을 놓는 아버지 상.

세 개의 상이 연이어 있는 거다. 자전거를 붙들어 주는 아버지 상. 붙들어 주다가 손을 놓는 아버지 상(자전거와 손이 살짝 닿아있는), 손을 완전히 놓고 대견하게 바라보는 아버지 상.

실제 아이들이 자전거에 탈 수 있게 튼튼하게 만들어서 정말 아버지가 잡아주는 거처럼 느끼게 해 주는 거다.


물론 상은 최대한 흐뭇하고 대견한 표정 이어야 한다.


누군가 당연히 누리는 것을 여러 가지 상황으로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 혹은 어른들이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이 직접 할 수 없다면 조형물로라도 즐거운 추억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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