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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l 01. 2022

용감한 전사 2

상상으로 푸는 삶 이야기

"현우야, 앞을 잘 보고 계속 페달을 밟으면 돼. 절대 뒤돌아보면 안 돼. 알지?"

"응~"


현우는 지금 두 발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중이다. 중심을 잡지 못해서 흔들리는 자전거를 아빠가 잡아주신다. 오히려 달리면 중심을 잡기가 쉬울 텐데 두려운 마음에 페달을 제대로 밟을 수가 없다. 벌써  몇 번째 다시 시도하고 있다. 아빠 이마에도, 현우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현우가 두려움을 한가득 안고서도 포기하지 않는 건 아빠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혼자 잘 타는 모습을 꼭 보여드려야 한다.


계속된 연습에 조금씩 두려움을 털고 속도를 낸다. 제법 안정적인 모습으로 자전거가 굴러간다. 아빠가 슬며시 손을 놓는다.


"아빠 뒤에 있지?"

"그럼~"

소리가 좀 작게 들리지만 혼자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된 기쁨에 현우는 마냥 기쁘다.


현우야, 밥 먹고 자야지. '멀리서 들리는 이 소리는 뭐지?' 눈을 뜬 현우 코앞에 엄마가 있다.

'꿈이구나... 깨우지 말지...'

현우는 아빠의 세심한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 현우가 본 아빠는 항상 피곤하셨고 주무시고 계셨다.

현우의 상상 속에도 아빠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런 꿈을 꿨을까?




정말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도 아닌데 현우는 이 꿈을 꾼 후 아빠를 상상 속 전투의 새로운 멤버로 영입한다. 현우는 아무나 같은 팀으로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팀을 구성할 수 없었다. 지금껏 현우가 믿을 수 있는 건 옥상 친구인 벽돌과 빨랫줄, 양옆 나무기둥, 항아리뿐이었다.


새로운 멤버를 영입한 현우의 마음이 자전거를 타게 됐을 때처럼 기쁘고 뿌듯하다.


이제 팀원도 있으니까 팀복을 구상해야 한다. 공격과 방어를 위한 버튼들이 많이 있는 옷이다. 그 버튼은 굳이 누르지 않아도 된다. 뇌와 연결되어 있어서 생각이 결정되면 바로 실행된다. 큰 실수나 큰 손실을 막기 위해 AI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명확한 실수가 예측되는 경우 바로 실행되지 않고 경고 음성이 들리게 설정한다.

이 옷은 온몸을 감싸며 방어 기능도 한다. 무슨 색으로 할까? 사실 색은 필요 없다. 투명한 재질이지만 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옷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평소에 입은 옷만 보이는 거다.


이것저것 세밀하게 공격과 방어에 대한 무기와 전략을 상상하고, 다시 머리로 점검한 현우가 웃는다. 음... 이 정도면 된 거 같다.

현우는 주로 공격을 담당하고 아빠는 꿈에서 처럼 뒤에서 수비를 담당하게 될 거다.


옥상에서 내려온 현우는 아빠가 오기를 기다린다. 아빠에게 뭔가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냥 동지의 얼굴을 보는 거다. 당연히 아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다.

'내가 이렇게 아빠를 기다린 적이 있었나?'

현우가 혼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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