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짝폴짝 우주를 걷던 아이

아주 어릴 때의 기억

by 종호날다


나는 어릴 적, 세상의 법칙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고, 모든 것이 조금은 이상했다.


길을 걸을 때면 보도블록의 꼭짓점마다 뭔가 위험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치 레이저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발끝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 폴짝, 다시 폴짝. 나만의 규칙 속에서 세상을 안전하게 통과하는 법을 터득해 갔다. 그걸 보고 어른들은 “뛰지 말라”라고 했지만, 내겐 생존의 방식이었다.


비가 오는 날엔 우산 끝에서 전파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 작은 끝이 외계의 기지국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종종 하늘을 향해 조용히 말을 걸곤 했다. 물론 누구도 듣지 못했지만, 나는 누군가 듣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파동이 퍼지고, 대기권 너머 어딘가에서 응답이 오고 있다고 확신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나만의 언어를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누구도 알 수 없었고, 심지어 나조차도 그 뜻을 몰랐지만, 그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과 나 사이에 비밀이 생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세계에서 온, 작고 이상한 방문자 같았다.


돌이켜보면, 아마 많은 이들이 그런 나를 ‘조금 멍청한 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시절의 나는 분명히 이 세계가 아닌 어딘가와 접속되어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는 그걸 상상력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허황된 꿈이라 하겠지만 그 모든 것이 바로 ‘나’였던 시절.


가끔 이런 생각들을 하면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그 시절만의 순수함과 엉뚱함, 그건 단순한 '멍청함'이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느끼는 특별한 능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레이저 없는 보도블록 위를 걸으며, 평범한 언어로 대화를 하고, 우산은 단지 비를 막기 위한 도구가 되었지만—아직도 마음 한편엔 그 엉뚱한 아이가 살고 있다. 가끔은 그 아이가 속삭인다. “지금도 그 전파는 계속되고 있어, 너는 여전히 우주와 연결돼 있어.”


작업실 한편에 켜놓은 무전기에서 갑자기 지직지직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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