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시골은 조용히 깨어난다.
땅은 부드러워지고, 나무는 연두빛 새싹을 틔우며,
하늘은 한층 더 맑아진다.
그리고 내 작은 우체통 역시 새로운 생명을 품는다.
시골길을 따라 늘어선 집들 사이,
오래된 우체통 하나.
언젠가부터 그곳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산새였다.
그날도 우체통의 문을 열었을 때,
안에는 가득 쌓인 지푸라기.
올해도 이름 모를 산새가 이곳을 집으로 삼기로 한 모양이다.
우체통은 본래 소식을 담는 공간이지만,
나에게는 봄을 알리는 작은 보금자리가 되었다.
나는 가끔 어미새 몰래 문을 열어
새끼 새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다.
나날이 커지는 모습,
어미새가 다녀가면 깃털을 파르르 떨며 반응하는 작은 움직임들.
어쩐지 우체통을 뺏긴 기분보다는
그저 흐뭇함을 안겨준다.
이 작은 공간이 그들에게 집이 된 것처럼,
시골이라는 곳도 나에게는 그런 존재다.
조용하고, 따뜻하고,
가끔은 느리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무는 곳.
나는 제비를 찾는 처마를 만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새로운 생명이 찾아오는 우체통 하나를 두었다.
올해도,
그들이 이곳에서 무사히 자라고 날아오르길.
그리고,
내게도 따뜻한 봄날의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