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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윤지 Jun 02. 2023

미술계 빙봉을 찾아라

동시대 아티스트 #일본편 ④ 아야코 록카쿠 

Ayako Rokkaku, 'PINK ELEPHANT'(2007), ⓒzhuanlan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소심이…영화 '인사이드 아웃'(2015)에 등장했던 감정 캐릭터들이다. 이들 말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캐릭터는 분홍색 솜사탕 코끼리 '빙봉'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코끼리처럼 최근 미술계에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화풍을 가진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 1982~)'다. 록카쿠는 틀을 부순다. 그의 '독창성'은 마치 어린이가 그림을 그리는자유롭다.



① 붓 대신 맨손으로


① 맨손으로 작업하는 록카쿠, ⓒGallery Delaive / ② 아야코 록카쿠, 'A Little Girl in a Purple Circle'(2013), ⓒRavenel
ⓒArticks

아티스트는 정규 예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서 어떤 스승이나 유파에도 영향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전통적인 페인팅에서 보였던 명암, 원근법 등 방법론에 대한 강박은 찾아보기 어렵다. 붓이 아닌 맨손으로 채색하여, 별도의 스케치나 규칙도 없다. 정돈된 결보다는 손에서 뻗어나온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선이 돋보인다. 아크릴 물감 특유의 덩어리진 질감과 함께 맨손이 지나간 흔적이 드러난다.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② 골판지부터 루이비통 수트케이스까지


카드보드지(골판지)에 그린 작품, 아야코 록카쿠, 'Floral Mini Dress'(2008), ⓒArtnet

록카쿠는 자유로운 방식을 캔버스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확장한다. 특히나, 록카쿠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던 2002년에 그가 선택한 주재료는 캔버스가 아니라 골판지였다. 물론, 그림의 완성도는 캔버스가 더 높다. 화면 범위가 한정적이지 않고 색상의 다채로움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록카쿠에게 골판지는 그 의미가 깊다. 


다카시 무라카미의 그룹 '카이카이 키키'에서 주최하고 야요이 쿠사마, 요시토모 나라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게이사이 아트페어 2023'에서도 록카쿠는 골판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지 채 1년도 안되었던 시기에 말이다. 

카드보드지(골판지)에 스크린프린트 기법이 적용된 작품, 아야코 록카쿠, 'Hayaumare March'(2017), ⓒPhillips

시그니처인 '작은 소녀'는 다양한 포즈로 골판지 위를 표류한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누워있고, 달리는 등 경쾌함이 가득하다. 그외에도 패브릭, 루이비통 수트케이스 등 다양한 표면에 그림을 시도하고 있다. 

아야코 록카쿠, 'Untitled'(2018), Acrylic on Louis Vuitton suitcase, ⓒArtsy



③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


전시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록카쿠의 모습. ⓒBloginity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최됐던 'Cat Love - Nine Lives in the Arts'(2017) 전시에서 작업 과정을 공개한 모습, ⓒRokkakuAyako.com

록카쿠는 작업 과정을 전부 개방하기도 한다. 페인팅은 단순히 평면에 머물러 있는 장르가 아니라, '퍼포먼스'로써의 기능도 있는 것이다. 사다리를 타거나 주저 앉고, 물감이 옷과 몸에 묻는 등 퍼포먼스에는 예기치 않은 다채로움이 있다. 아티스트가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야 공개하는 일방향적인 방식과는 다르다. 체구가 작은 한 사람의 몸짓이 대형 캔버스를 채워가는 모습은 시각적 충족감을 주기도 한다. 

록카쿠의 기법을 체험해보는 관람객들. ⓒNippon

결국 관람객은 아티스트가 정해놓은 의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제작 과정에서 나름대로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 관람객이 제각기 다른 관점으로 행위와 작품을 해석하는 것으로, 예술은 단순 감상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④ 누구나 한때 어린이였다

① 아야코 록카쿠, 'ARP20-015'(2020), ⓒArtsy / ② 아야코 록카쿠, 'Untitled'(2019), ⓒArtsy

록카쿠는 별도의 구상을 하지 않고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며 구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어린시절 색연필 하나만 들고 그림을 그렸던 방식처럼 말이다. 자연스레 선과 색을 따라가며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작품 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큰 눈과 긴 팔다리를 가진 인물은 사랑스럽고 싱그럽다. 꽃이 흩날리는 듯한 배경은 희망찬 에너지를 제시한다. 


ⓒTakashipom

2020년, 다카시 무라카미가 록카쿠의 높은 인기를 언급하며 개인전에 다녀온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록카쿠의 이러한 독보적인 화풍은 세계 곳곳에서 여러 현대 예술 컬렉터들로부터 보편적인 공감을 얻었다. 어린 시절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힘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 작품을 주로 찾는 지역은 2021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홍콩 40%, 도쿄 35%, 대만 11%이며, 유럽과 뉴욕 등을 기반으로 한 컬렉터들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해진다. 


*표지 : 아야코 록카쿠의 작업실에서, ©Avant Arte-Natsuki Ludwig



 원윤지





※ 누적 회원 13만 명을 보유한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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