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Giuseppe Verdi(1813-1901, 이탈리아)

by 세실리아

사랑은 인간을 가장 빛나게 하면서도 가장 무너뜨리는 힘이다. 그 양면 앞에서 예술은 언제나 같은 물음으로 돌아온다. 러시아 귀족 사회의 여인 안나와 파리 사교계의 비올레타는 각자의 시대와 규범의 경계를 넘어 사랑을 택한 여인들이다. 그들은 모두 사회가 허락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했고, 그 사랑의 상처 속에서 생을 잃었다. 그러나 두 여인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톨스토이와 베르디는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인간이 사랑 속에서 어떻게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는 남성 중심 사회의 질서와 위선을 거부하고 사랑을 선택하지만, 그 자유는 곧 사회적 추방으로 이어진다.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는 정반대의 방향에서 출발한다. 규범의 경계 밖에서 태어나 사랑을 통해 스스로를 정화하려 하지만 끝내 사회의 용서를 얻지 못한 채 죽음 속에서 구원을 맞는다. 한 여인은 사랑을 위해 세상의 문을 나섰고, 다른 여인은 사랑을 통해 세상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서로 반대의 궤적을 그리지만 그 끝은 같은 자리에 닿는다. 사랑이 사회적 윤리를 초월하는 지점이다. 19세기 유럽은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규범과 제도의 문제로 이해하던 시대였다. 그 속에서 안나와 비올레타는 '사랑할 권리'를 요구한 최초의 여성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시대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삶의 내면을 증언한다. 그들의 죽음은 침묵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언어가 도달하지 못한 인간의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초연 1853년 3월 6일, Teatro La Fenice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대본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 Francesco Maria Piave

구성

등장인물

비올레타 발레리 Violetta Valéry(소프라노) - 파리 사교계의 유명한 여인

플로라 베르부아 Flora Bervoix(메조소프라노) - 비올레타의 친구

안니나 Annina(메조소프라노) - 비올레타의 시녀

알프레도 제르몽 Alfredo Germont(테너) - 젊고 순수한 귀족 청년

조르지오 제르몽 Giorgio Germont(바리톤) - 알프레도의 아버지

가스통 Gastone, 레토리에르 후작 Visconte de Letorières(테너) - 알프레도의 친구

뒤폴 남작 Barone Douphol(바리톤) - 비올레타의 옛 연인

도비니 후작 Marchese d’Obigny(베이스) - 사교계 인물

그렝빌 박사 Dottore Grenvil(베이스) - 비올레타의 주치의

주세페 Giuseppe(테너) - 비올레타의 하인

플로라의 하인 Domestico di Flora(베이스)

경찰관 Commissionario(베이스)

la traviata.jpg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_https://www.metopera.org/

#1막

파리의 사교계 여인 비올레타의 살롱에는 밤새 향락을 즐기려는 귀족들이 모여 있다. 비올레타는 병약한 몸을 이끌고 파티를 주재하며 쾌락 속에서 삶의 허무를 잊으려 한다. 손님들 사이에는 후작 가스통이 젊은 귀족 알프레도 제르몽을 데려오고, 그는 비올레타에게 오랫동안 연정을 품어왔음을 고백한다. 파티는 향기로운 술과 웃음으로 무르익고, 알프레도는 '축배의 노래(Libiamo ne’ lieti calici)'를 부르며 인생의 짧음을 노래한다. 비올레타는 그에게 호응하면서도 사랑보다 즐거움을 좇는 삶을 강조한다. 모두가 춤추러 나가지만 비올레타는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에 휩싸여 쓰러지고 알프레도만이 남아 그녀의 곁을 지킨다. 알프레도는 병약한 비올레타를 걱정하며 진심 어린 사랑을 고백한다. 비올레타는 웃어넘기려 하지만 그의 순수한 감정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녀는 장미 한 송이를 건네며 “이 꽃이 시들 때 다시 오라”고 말하고, 알프레도는 행복에 겨워 떠난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새벽이 밝아온다. 비올레타는 홀로 남아 자신에게 밀려든 낯선 감정에 혼란을 느낀다. 진정한 사랑이 자신의 삶을 구원할 수 있을지 혹은 또 다른 불행이 될지 갈등한다. 비올레타는 독백 속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쾌락의 삶으로 돌아가려 한다. “항상 자유롭게, 기쁨에서 기쁨으로”라 노래하며 세속적 자유를 선언하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알프레도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그녀는 사랑과 향락 사이에서 흔들리며 불안한 서곡 속에 홀로 남는다.


#2막

시골 별장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와 은둔해 새 삶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안니나로부터 비올레타가 생활비 때문에 재산을 처분하고 있음을 듣고 자책하며 파리에 돈을 구하러 간다. 비올레타에게 알프레도의 부친 제르몽이 찾아와 딸의 혼례를 위해 가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하니 알프레도를 영영 떠나 달라 요구한다. 비올레타는 병약과 고독을 토로하며 거절하지만, 축복받지 못할 결합이 알프레도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설득에 굴복하며 결별을 결심한다. 그녀는 알프레도에게 이별 편지를 남기고 파리에 있는 친구 플로라에게로 갈 채비를 한다. 돌아온 알프레도는 편지를 읽고 절망에 빠지며 막 도착한 부친의 설득에도 비올레타를 향한 분노와 오해를 거두지 못한 채 그녀를 찾아 나선다.

플로라의 살롱

가면과 향연으로 들뜬 파티에서 집시와 마타도르 일행이 흥을 돋우는 사이, 비올레타는 뒤폴 남작과 함께 나타나고 알프레도는 도박에서 연승하며 스스로를 과시한다. 비올레타는 싸움을 예감하고 알프레도에게 자리를 떠나라 애원하나, 알프레도를 지키기 위해 남작을 사랑한다고 가장한다. 격앙한 알프레도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비올레타의 헌신을 ‘현금’으로 갚겠다며 비올레타에게 돈주머니를 던지며 그녀를 모욕한다. 때마침 도착한 제르몽은 분노 속에서 여인을 모욕한 아들을 꾸짖고 비올레타는 모멸 속에서도 알프레도의 앞날을 축복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남작은 모욕의 대가를 결투로 요구하고 군중은 파국을 감지한 채 해산하며 비극의 결말을 예고한다.


#3막

파리의 겨울 새벽, 비올레타는 병상에서 깨어 물을 청하고 의사 그렝빌을 맞이하나 그는 완곡한 위로만 남긴 채 병의 심각성을 숨긴다. 안니나는 가난과 고독 속에 주인을 돌보며 평정을 권한다. 비올레타는 자신에게 남은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라 지시하고 과거의 편지들을 찾게 한다. 축제의 환성과 대비되는 방 안의 정적이 그녀의 고립을 드러낸다. 제르몽의 편지는 결투에서 남작이 부상하고 알프레도가 귀향 중임을 알리며 자신의 오해를 사과하고 비올레타의 미래를 기원한다. 비올레타는 거울 앞에서 쇠약해진 자신을 바라보며 신의 용서를 청하고 삶의 끝을 예감한다. 축제 행렬의 노래가 창밖을 스치고 안니나는 머뭇거리다 반가운 알프레도의 방문을 알린다. 비올레타는 마지막 기쁨의 예감을 붙든다. 알프레도와 비올레타는 서로의 허물을 용서하고 재회를 맹세한다. 그녀는 성당에 가 감사를 드리자고 하나 갑작스런 허탈로 쓰러지며 남은 힘으로 의사를 부르라 일러 사랑의 지속을 다짐한다. 비올레타는 죽음이 가까움을 인지하고 헛된 희망과 긴 시련을 탄식한다. 알프레도는 미래의 회복을 약속하며 평정을 권하나 병세는 되돌릴 수 없게 깊어진다. 제르몽과 의사가 도착하자 비올레타는 과거의 초상이 든 메달리온을 알프레도에게 건네고, 훗날의 배우자에게 전달해 달라 유언한다. 잠시 기운이 돌아와 삶이 되살아난 듯 일어나지만 곧 숨을 거두고 남은 이들은 늦은 회한 속에 그녀의 고귀한 희생을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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