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고 창작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는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집이다. 인터뷰 진행과 정리는 『젖과 알』이라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는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맡았다. 두 사람은 2015년 7월 잡지 『MONKEY』의 청탁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하루키는 그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는 결이 다른 질문을 던지는 미에코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인터뷰를 확장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이 책은 『MONKEY』에 실렸던 원고와 그 이후에 진행한 세 번의 인터뷰를 정리한 결과다. 두 사람은 가장 최근에 발간된 하루키의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가운데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에서 하루키는 미에코가 준비한 정성스럽고 날카로운 질문에 모른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을 자주 내놓는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미에코는 독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거나 황당하다는 듯한 웃음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토록 모르는 게 많은 작가를 과연 믿어도 되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인터뷰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그것이 무지나 회피가 아닌 핵심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하루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키는 소설 안에서 특정한 의미나 메시지를 추구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래야지만 글쓰기가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으며, 그렇게 무의식을 길어내야만 비로소 흥미로운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독자들 역시 자신의 이야기에서 어떤 의미를 분석하거나 해석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것을 강조한다. 국경을 초월한 수많은 사람이 하루키 월드에 매혹되는 건 어쩌면 모두가 어떻게든 찾으려 하는 그 ‘의미’가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지은이 가와카미 미에코, 무라카미 하루키
출간정보 문학동네 / 2018-08-01
<월간 윤종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