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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윤종신 Sep 24. 2018

'하루키 월드'에 매혹되는 이유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고 창작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는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집이다. 인터뷰 진행과 정리는 『젖과 알』이라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는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맡았다. 두 사람은 2015년 7월 잡지 『MONKEY』의 청탁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하루키는 그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는 결이 다른 질문을 던지는 미에코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인터뷰를 확장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이 책은 『MONKEY』에 실렸던 원고와 그 이후에 진행한 세 번의 인터뷰를 정리한 결과다. 두 사람은 가장 최근에 발간된 하루키의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가운데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에서 하루키는 미에코가 준비한 정성스럽고 날카로운 질문에 모른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을 자주 내놓는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미에코는 독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거나 황당하다는 듯한 웃음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토록 모르는 게 많은 작가를 과연 믿어도 되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인터뷰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그것이 무지나 회피가 아닌 핵심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하루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키는 소설 안에서 특정한 의미나 메시지를 추구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래야지만 글쓰기가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으며, 그렇게 무의식을 길어내야만 비로소 흥미로운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독자들 역시 자신의 이야기에서 어떤 의미를 분석하거나 해석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것을 강조한다. 국경을 초월한 수많은 사람이 하루키 월드에 매혹되는 건 어쩌면 모두가 어떻게든 찾으려 하는 그 ‘의미’가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지은이 가와카미 미에코, 무라카미 하루키
출간정보 문학동네 / 2018-08-01

김주성

<월간 윤종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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