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별은 내가 활동지원사 일을 하면서 두번째로 매칭된 아이인데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
한국인 아빠와 베트남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조금은 이국적이면서 무척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빠는 한별이 어릴 때 돌아가시고 가족은 엄마와 고등학생 누나와 두 살 위 형이 있었다.
작년 12월에 만났으니 이제 만1년이 됐다.
처음 봤을 때 한별은 아홉살,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기보다 소리)를 반복하면서 거의 자기만의 세계 속에 있었다.
나중에야 안 거지만 한별의 언어는 티브이 속 영상물에서 비롯하는 것이 많았는데 발음이 좋지 못한데다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종일 리모컨을 자유자재로 돌리면서 티브이에 연결된 유튜브 보기를 좋아했다.
영상은 주로 네다섯살 아이들이 봄직한 애니메이션이거나 자극적인 먹방, 귀신, 유령이 나오는 방탈출 영상, 좀비 영상 등 공포스런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 가운데 기괴한 소리가 난무하는 것들이었다.
그나마 엄마와 누나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학교 가기를 싫어했지만 꾸역꾸역 다니고 있었다.
한별이 활동지원을 받은 이후 전임 활동지원사 두 분이 거쳐갔는데 모두 두 달 만에 그만두었고 마침 일을 쉬고 있던 내게 연락이 와서 매칭이 됐다.
그만두게 된 이유가 활동지원사 개인사정이라고 했으나 아마도 소통의 어려움이 큰 요인이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인수인계를 받던 날 전임 활동지원사는 한별을 하교시킨 뒤 밥을 차려주고는 식탁 의자에 앉아 아이를 지켜보았다.
밥을 차려주고 치운 뒤에도 아이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한별과 대화가 되지 않았다.
학습지라도 시켜볼라치면 격렬하게 저항하며 도망가버린다고 했다.
한별은 식탁도 아닌 티비 앞의 좌탁에 앉아 유튜브를 보면서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그 자리에서 계속 유튜브를 보며 행동을 따라하거나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렀다.
흐느적거리는 좀비 행동을 따라하거나 애니 속의 의인화된 동물들처럼 과장된 제스처를 재미있어 하며 흉내내곤 했다.
말을 잘 하지 못했고, '밥먹을래?' 정도의 단순한 물음외에는 반응이 없었고 외부에 관심도 없었다.
한별은 티비와 리모컨만 있으면 혼자 잘 지낼 것 같았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여겨졌던 것은 막내로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선생님하고 잘 지내보자!"
나는 한별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았다.
한별은 정물을 바라보듯 무심한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