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락앤락커로 활동하며 올해로 4년이 된 제로웨이스트 페스티벌 ‘유어보틀위크’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남다르다. 특히 마흔이 넘어 나의 제로웨이스트 생활과 채식 위주의 밥상이 거의 작년 락앤락커 활동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은 행사다. 그전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락앤락 통을 들고 동네 빵집에 빵을 사러가는 작은 행동을 시작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는 물건을 살 때 어떻게 하면 비닐과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버리기 전에는 이 물건을 어떻게 재사용이 가능할까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나의 작은 번거로움이 지구를 살리는 작은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락앤락커 2년 차가 바라본 유어보틀위크는 무엇보다 유기적인 순환이 가능한 페스티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재료로 만드는 새로운 동네 가게를 발견할 수 있고, 판매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진심과 노력을 알아주는 의식 있는 좋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관심사로 엮인 사람들의 유대는 더욱 끈끈하다고 한다. 유어보틀위크에 함께한 소비자, 판매자 모두 제로웨이스트와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행사가 끝나도 많은 사람들은, 특히 락앤락커로 활동했던 동네 주민들은 유어보틀위크에 참여했던 가게들을 기억하고 계속 그 가게에서 소비를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도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연희동 주민이 아닌 사람들도 주말 나들이 겸 자주 찾는 사러가 마트의 경우 과일 코너에 '비닐 대신, 장바구니에 담아볼까요?'라는 홍보물을 붙여놓고 잡지 종이와 재사용 양파망, 재사용 플라스틱 박스를 비치해 놓았다. 내가 통연근을 종이 잡지에 싸서 장바구니에 담자 낯선 풍경에 유심히 지켜보던 누군가도 흙이 묻은 당근을 비닐 대신 종이에 싸고 있었다.
한살림에서도 무포장 양파, 고구마를 판매했는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비치된 박스에 담아 직접 무게를 재고 조금 넘는 것은 서비스라며 덤으로 받아가는 정겨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끔 꽃 선물을 받으면 꽃보다도 더 화려한 포장재가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 유어보틀위크 기간 동안 참여한 동네 꽃집 라부아진은 행사 전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은 리본 끈과 종이 포장재로 이렇게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 주말 동안 판매했는데 사람들의 호응이 대단했다고 한다.
3주간의 페스티벌이 끝나고 함께 수고한 보틀팩토리 관계자분들과 락앤락커가 함께하는 작은 뒤풀이가 행사 마지막 날 저녁에 열렸다. 이 뒤풀이도 정말 대단했던 것이 뒤풀이에 참석하는 사람들 각자 음식을 한 두 가지씩 싸오고, 자신이 먹을 식기와 수저를 모두 챙겨 오는 것이었는데,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서 포장해 오더라도 누구 하나 일회용기에 담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 흔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들고 오는 사람이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흔치 않은 일이 되어버려 더욱 반가운 시간이었지만 비슷한 삶의 지향을 두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예전의 나처럼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행사 유어보틀위크. 내년에도 계속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