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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한밥상 Jan 09. 2022

꿰매는 제로웨이스트 생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이 플라스틱 포장재를 쓰지 않은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물건의 쓰임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나는 그것을 잘 실천하고 있었는가를 지난달 지구커리에서 바느질 워크숍을 하며 돌아보게 되었다.




워크숍 당일 예쁜 천들과 함께 놓여 있던 ‘꿰매는 생활’이라는 책에는 발뒤꿈치만 해진 양말을 예쁘게 꿰매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물론 나도 살짝 구멍 난 양말을 꿰매신기는 했지만 어느샌가 그 꿰맨 양말은 서랍 구석에 밀어 넣고 새양말을 사게 된다.


새것이 모두 좋았던 때가 있었다. 소비하는 것이 좋았던 때가 있었다. 왜냐하면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점점 그 생각이 달라진다.



색도 마음에 들고 내 발에 꼭 맞는 이 거실화는 뒷부분이 너덜너덜 해졌다. 예전 같으면 다른 곳은 모두 멀쩡하지만 뒷부분이 너덜너덜해진 거실화를 버리고 마트에 가서 새 거실화를 샀을 것이다. 그런데 바느질 워크숍 이후 삐뚤빼뚤하지만 뒷부분을 덧대어 꿰매고 나니 한참을 더 신을 수 있게 되었다. 너덜너덜 지저분한 부분도 보이지 않고 천으로 덧댄 뒷부분은 더욱 튼튼해졌다.


 물건을 좋아하는 것이 어쩌면 깨끗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발효를 공부하며 '깨끗함' 대한 나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깨끗한 상태' '오물을 제거해서 물로 씻은 상태' 말하며, '위생적인 상태' '살균제를 뿌려 미생물을 제거한 상태' 뜻한다. 마지막으로 '소독한 상태' '알코올 등으로 살아있는 미생물을 제거한 멸균 상태' 의미한다. 우리 인간의 몸은 다양한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환경도 다양한 미생물과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인간은 건강하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굳이 살균제를 뿌리거나 알코올로 소독해서 미생물을 모두 제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물을 제거한 깨끗한 상태만 유지하면 되는 것이고, 너덜너덜 지저분한 부분을 깨끗하게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지나치게 소독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우리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광현 교수의 건축강의 책에서 건축은 '시간의 기술'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며 물건이 헐어가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비로소 얻게 되는 아름다움이다. 미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도 시간의 지속이다.'라고 했다. 나의 시간을 함께 보낸 내 주변의 물건들을 소중하게 돌아보고 꿰맬 수 있으면 꿰매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제로웨이스트 생활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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