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빗자루 만들기

by 유연한프로젝트

회사를 그만둔 이후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 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올초 대학원 선배 언니와 우연히 전통 빗자루를 만들며 나의 지인 중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물론 선배 언니와 대학원 졸업 이후 거의 연락을 안 하고 지내서 언니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나도 변해왔고 언니도 변해왔겠지. 아니면 언니는 이제야 내가 지향하는 삶을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모시를 삼베실로 엮어 만드는 작은 전통 빗자루 하나를 두 시간 동안 만들며 나는 참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복을 쓸어 담고 화를 쓸어 버린다는 의미를 가진 빗자루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원하는 색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 모시와 삼베실 모두 자연에서 온 재료로 만드는 것도 좋았고, 물로 씻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빗자루라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빗자루를 만들며 비슷한 삶의 지향점을 두고 있는 언니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그래서 이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연결'. 그리고 이 빗자루 만들기가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환경보호와 제로웨이스트 생활 캠페인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에 이 예쁜 빗자루 사진을 올리니 역시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본인의 공간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곳에서, 그리고 내가 진행하고 싶었던 공간에서 그렇게 '빗자루 만들기 워크숍'을 한 번, 두 번, 세 번 진행했다. 세 차례 모두 즐겁고 의미 있는 연결의 시간이었다. 참가한 사람들도 내가 느낀 기분을 오롯이 느끼며 즐거워했고, 나를 포함해서 서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비슷한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팍팍한 현대인의 삶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도 참 좋았다.

오랫동안 전통 빗자루를 만들어온 전문가도, 공예가도 아닌 내가 지난 1월 선배 언니와 함께 빗자루를 만들며 이야기를 나눈 시간과 전통 빗자루가 가진 의미가 너무 좋아 진행하게 된 '빗자루 만들기 워크숍'. 왜 내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빗자루 만들기에 의미를 두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며 정리해보았다.


✔️ 대량생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점점 개성적인 디자인을 원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휴대폰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살아갑니다. 내 손으로 만든 나만의 디자인이 담긴 물건 하나를 만들어서 가져보면 삶에 작은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 환경 보호를 위한 수많은 캠페인이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연 재료만으로 튼튼한 빗자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며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마지막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우리는 잠시 마나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정감 속에서 삶의 방향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유대와 연결을 만들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워크숍을 기획하고 준비하며 가치 있는 일을 찾아가는 나의 여정에서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의미 있는 일'의 교집합이 적게 힘을 들여도 멀리 나갈 수 있는 지점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지점을 찾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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