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회사에 일본어 웹사이트 운영을 담당하는 일본인 에디터 에리코상이 있었다. 그때도 내가 건강한 음식에 관심은 갖고 있었는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던 에리코상과 가끔 채식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는데, 하루는 그녀가 병아리콩으로 만든 이집트 음식이라며 후무스를 직접 만들어 나에게 선물해줬다. '병아리콩'도 '이집트 음식'도 모두 낯설었던 나는 '이 밍밍한 맛은 도대체 뭐지'하며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이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르고, 다이어트에 좋다며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후무스. 그러나 이제 세계적인 슈퍼푸드 병아리콩을 샐러드에 넣거나 밥을 지을 때도 함께 넣어 먹을 정도로 즐겨 먹게 되었지만 후무스는 선뜻 만들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후무스는 '에리코상의 건강한 음식'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번 유어보틀위크 뒤풀이에서 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님이 만든 후무스를 다시 먹게 된 것이다.
'아, 그래. 이 맛이었어! 이 건강한 맛. 그리고 이 고소하고 건강한 콩의 맛!'
특히 이날 먹은 후무스는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와 허브로 풍미를 한껏 끌어올려 더욱 맛이 좋았다. 왜 진작 만들어서 먹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하며 남편에게 이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다음 날 바로 병아리콩을 불려서 삶았다. 만드는 방법도 너무 간단하고 며칠은 냉장보관이 가능해 넉넉히 만들어 아침에 식빵에 듬뿍 올려 먹으니 오전 내내 속이 든든하다.
음식만큼 첫인상이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사람에게 생긴 편견만큼이나 음식에 생긴 편견은 쉽게 바꿀 수가 없다. 그리고 그 편견에 갇혀 남은 삶에서 그 음식을 배제하게 된다. 한 번 잘못된 판단으로 배타심과 차별을 갖는 것만큼 인생을 작은 우물에 가둬버리는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