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식탁

by 유연한프로젝트


나의 어릴 때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성당에서 보낸 기억이 대부분이다.

크리스마스가 오기 한참 전부터 크리스마스이브, 아니 성탄 전야제 공연을 위해 준비한다.

율동도 하고, 합주도 하고 그 축제 같은 설레는 분위기를 나는 참 좋아했다.


스무 살이 훨씬 넘도록 나는 성가대에서 반주를 했는데 나의 피아노 실력은 피아노를 그만둔 중학교 2학년에 머물러 있었지만 사람들이 딱히 까다롭지 않은 성가 반주에는 무리가 없던 실력이라고 판단했는지 나는 나이가 들면서 어린이 성가대를 거쳐, 청년 성가대, 교중미사 성가대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그러나 성가 합창곡 반주는 점점 어려워졌다.


운 좋게 교구에서 운영하는 오르간 아카데미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배웠지만 손과 발을 다 합쳐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화음을 모두 연주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오르간 슈즈를 신고 낮은 테너음을 발로 연주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손과 발을 분리시켜 연주하는 일은 뇌를 두 개로 나눠 사고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나의 오르간 연주에 합창곡이 완성될 때의 짜릿함은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어제 문득, 그 합창곡이 생각났다. 성당을 가득 채운 웅장한 성가 합창곡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를 핑계로 성당에 가지 않은지 오래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살짝 설레는 기분 그대로 음식을 만들었다. 내가 할 줄 아는 서양식 요리를 총동원해서. 그중에서도 들인 공에 비해 미니 양배추 구이와 삶은 줄기 콩이 가장 맛이 좋았다. 스테이크에 뿌리던 로즈마리 허브 양념을 더하니 풍미도 좋다. 우리 두식구의 조촐한 크리스마스이브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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