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시금치는 뜨거운 물에 데쳐서 무침으로 먹는다. 평소에 쓰는 냄비보다 더 큰 냄비를 꺼내 물을 끓이고, 파릇하지만 흐물거리지 않게 데쳐내고, 다시 흐르는 물에 헹궈서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흙을 잘 씻어내고, 손목에 힘을 주어 물기를 꼭 짜내야 한다. 모든 나물반찬이 그렇지만 시금치 무침도 조막만 한 나물 한 접시를 얻기 위해 들여야 하는 공은 사실 엄청나다. 시금치를 무치고 초토화된 주방을 보면 고작 이 작은 한 접시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이 많은 설거지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수로 간장을 아주 조금 더 넣었을 뿐인데 너무 짜서 먹을 수 없는 시금치 무침을 만들었던 기억을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비타민과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시금치를 놓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나는 시금치를 더 자주, 손쉽게 먹기 위해 볶기 시작했다.
시금치를 볶기 위해서는 우선 시금치를 깨끗이 씻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시금치를 데치고 헹굴 때는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흙이 떨어져 나가지만 볶을 때는 이 과정이 없으므로 더 공들여서 흙을 씻어내야 한다. 뿌리 부분을 다 벌려 잎을 한 장씩 떼어내면서 씻는 것이 좋다. 이제 다 됐다. 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물기를 뺀 시금치를 숭덩숭덩 잘라 넣으면 된다. 시금치가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 간장을 프라이팬 가장자리에 살짝 돌리면 된다. 파, 마늘은 취향껏 넣으면 되는데, 요즘 포항초는 단맛이 아주 좋아서 굳이 파, 마늘의 힘을 보탤 필요가 없다. 포항초는 포항에서만 나고 재배되는데, 바닷가 노지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당도가 높고 뿌리부터 줄기까지 영양분이 고르게 퍼져 있어 일반 시금치보다 훨씬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순식간에 볶아낸 시금치는 접시에 담아 통깨와 참기름으로 마무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