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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둘의 다짐 기록

2021년 결산과 2022년 새해 다짐

by 유연한프로젝트

본격적인 40대에 접어든 2021년은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난 한 해였다. 2020년은 퇴사 후 코로나를 핑계로 막연한 공부를 하며 머릿속 구상에서 모든 것이 머물러 있었다면 2021년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경험해 보는 실천하는 한 해를 보냈다.


1. 본격적인 글쓰기 시작

나의 어릴 적 꿈은 신문기자였다. 중학교 때까지 항상 문예반 활동을 했었고, 글을 쓰는 일이 나의 업이 될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었다. 그러나 그 꿈을 대학교 학보사 기자를 끝으로 20년 가까이 내려놓고 살았다. 마음속에는 항상 언젠가는 글을 써야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20년의 시간은 나에게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 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지원서를 내던 시기가 있었는데, 뉴닉 에디터에 지원서를 쓰며 진솔한 글쓰기를 그때 처음 시도해봤던 것 같다. 특별한 질문도 아니었는데 지원서에 작성해야 하는 질문들을 한 줄 한 줄 정성스럽게 작성하며 지난날의 나를, 그리고 현재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물론 서류가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불합격 메일도 정성스럽게 보내준 뉴닉에게 감사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지원서를 작성하며 나에게 진솔해질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진솔한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나니 브런치에 쓰고 있던 난임일기를 끝내야 했다. 현재의 내가 딛고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서 아니면, 이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가장 약점이 되는 부분, 가장 상처로 남은 과거의 일을 먼저 글로 표현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불편한 마음이 해결되고 더이상 그것이 신경쓰이지 않는 것 같다. 어찌 됐든 브런치에 연재를 끝냈다. 이제는 후련하다.

그다음 트렌드인사이트 에디터로 지원해 교육을 받았다. 한 달여간 진행된 총 4회의 교육이었데, 특별한 교육 커리큘럼이 있다기 보다도 이미 플랫폼에 발행된 글의 구성을 분석하고 그 구성에 맞는 글쓰기를 실제로 해보는 연습이 처음 글을 쓰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매주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야 하는 부담감에 계속할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지금은 플랫폼 자체도 휴식기이지만 하나의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관련 데이터와 자료를 찾아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글을 작성해보는 연습은 나에게 정말 필요한 훈련이었다. 이후 한겨레 교육문화센터에서 교정교열 강의를 듣고 유유출판사에서 발행한 글쓰기 관련 책(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열 문장 쓰는 법, 에세이 만드는 법,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동사의 맛 등)들로 글쓰기 공부를 하며 브런치에 계속 글을 써나갔다. 다음 메인에 내가 쓴 브런치 글이 노출되었을 때 너무 기뻤다. 얼룩소에서 얼룩커 픽을 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받았을 때 정말 좋았다. 모든 창작 활동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말을 실감했다.

올해는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볼 것이다. 에세이도 꾸준히 쓰고, 소설이나 시나리오에도 도전해 볼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 형태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2.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2021년은 'Seaspiracy', 'What the Health',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씨앗 할머니의 비밀' 등 기후위기 관련 콘텐츠와 한살림 기후위기 강좌, 더 피커 강연 등을 통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나아가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실천하는 한 해였다.

'궁동쓰줍'(연희동 궁동공원 쓰레기 줍기 모임) 활동을 시작했고, 보틀팩토리 '설거지 원정대' 실험에 참여하며 천연 수세미와 주방 비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종이팩에 담긴 우유, 그리고 더 나아가 최근에는 두유나 귀리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고 우유팩은 깨끗이 씻어 말려서 한살림 우유갑 되살림 운동에 함께 하고 있다. 유어보틀위크 기간 동안 락앤락커로 활동하며 무포장 장보기를 실천했고 이제는 빵을 사러 갈 때 용기를 꼭 가져가거나 주머니를 챙기는 습관을 들였다.

올해는 주변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다양하고 실제적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3. 채식과 유연한 밥상 프로젝트

2021년 초만 해도 나는 리치몬드 아카데미에서 제과 제빵을 배우고 있었다. 설탕과 버터를 심지어 쇼트닝이 잔뜩 들어간 빵을 만들면서 '이걸 왜 배우고 있지'하는 생각에 코로나 때문에 계속 중단됐던 한 달 과정이 끝나자마자 그만두었다. 그리고 동네에서 로사 선생님에게 '음식과 요리'라는 재미있는 주제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이 수업을 듣던 시기가 기후위기 관련 콘텐츠를 심각하게 접하고 있던 시기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좀 더 건강한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내가, 10년 넘게 회사 생활만 하던 내가 자연스럽게 마크로비오틱 요리수업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마크로비오틱 수업을 듣고 나의 삶에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매일 먹는 것과 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크로비오틱 식사법을 배우면서 그 생각이 확실해졌고 영양 균형을 맞춘 건강한 식사를 만드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채식요리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요리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유연한 밥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직은 요리도 서툴고, 기존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수준이지만 지금 듣고 있는 식경험 디자인 과정을 통해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발효, 정조지, 절기음식, 채소 요리 워크숍까지 올해는 더 많은 공부와 흥미로운 작업을 해나갈 생각이다.


4. 새로운 인연과 다양한 대화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기존의 친구들과도 연락이 뜸해지며 나의 인간관계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좋은 인간관계로 발전될 수 있었다.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모든 것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확장된 인간관계에서 나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주제의 대화는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틸다 스윈턴은 일상에서 '멀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다양한 대화, 글을 쓰고 읽는 일, 언덕과 숲을 걷는 일, 요리하고 먹는 일'을 주로 실천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화를 통해 자기중심적 태도와 탐욕의 함정에 대한 보다 넓어진 시각, 자연에 대한 존중의 마음, 그리고 모든 창조물 간에 서로 사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소망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나는 일상적인 대화, 글쓰기, 걷기, 요리를 통해 인식의 확장을 이루려 하고 있지만 삶에서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더욱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항상 연말이나 연초에 수첩에 새해 계획을 몇 자 적어본 적은 있어도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하는 글을 처음으로 써본다. 거창하게 2022년, 마흔두 살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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