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음식은 즐겁고 유익하다

by 유연한프로젝트

두꺼운 책을 지치지 않고 끝까지 읽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매일 조금씩의 분량을 정해 놓고 읽어 나가는 것이다. 800페이지 분량의 장자를 읽고 두꺼운 책을 읽는 방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부담되지 않을 만큼의 적은 분량으로 시작해 속도가 붙으면 마구 읽어낼 수 있다. 정확한 계기는 생각나지 않지만 지난달 나는 발효를 공부하고 싶어졌다. 검색을 해 봐도 딱히 내가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우선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나는 유튜브보다 책을 신봉한다. 그래서 샌더 엘릭스 카츠의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을 차근차근 읽어나가기로 했다.


책의 머리말만 읽어도 발효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느낌이 온다. 발효기법은 자연현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다양한 조건으로 실험해 시행착오를 거쳐 수천 년에 걸쳐 발전된 것이다. 비록 현대에 이르러 김치도 된장도 모두 마트에서 사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들 때문에, 발효가 공업적 생산기술의 차원으로 격하되고 말았지만, 이제 발효는 조화로운 삶을 온전히 회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업화로 인해 식재료를 직접 기르고 손수 요리하는 인간이 '소비자'로 전락해 버린 이 시점에 다시 자연과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발효를 다시 봐야 하는 것이다. 발효는 우리에게 순환을 요구한다. 되돌아가라고, 잘 살피라고, 생기를 되찾으라고. 그래서 다시 시작하라고 말이다.


생명체는 음식을 통해 주위 환경과 상호작용을 한다. 산업화로 인한 상업적 대량생산으로 우리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어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식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은 잘려버렸다. 인간은 지구를 파괴하고 스스로 건강을 망치고 존엄성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의 몸에는 고유의 DNA를 지닌 세포들보다 10배나 많은 박테리아가 서식한다. 따라서 우리는 몸속의 박테리아와 공존하는 덕분에 존재할 수 있는데, 우리 몸의 신진대사 능력이 어느 정도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미생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균 처리한 가공식품을 먹고 각종 영양제와 함께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매끼 발효음식 한 가지를 먹으면 된다.


발효는 신선한 채소를 가장 오래 보관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미슐랭 그린스타를 보유한 비건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영국 런던에 있는 'SILO' 레스토랑은 매년 제철 식재료를 1년 치를 구매해 다양한 방법으로 발효시킨 음식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비상식량을 쟁여 놓는다고 하면 캔에든 햄, 참치 그리고 라면 정도를 생각했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에서 봉쇄 뉴스가 들리자 나도 스팸, 참치, 라면을 잔뜩 쟁여놨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비상식량으로 제철 채소 발효음식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아직 중반까지 온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사우어크라우트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양배추가 달기도 한 이 계절을 그냥 보낼 수 없기도 했기에. 그래서 어제 생애 첫 사우어크라우트를 만들었다. 벌써 주방에서 뽀글뽀글 귀여운 소리를 내며 발효 중이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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