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에 신선한 채소가 들어온 날에는 생각했던 메뉴가 있더라도 무조건 그 채소를 산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요리할지를 고민한다. 어제는 유기농 노지 시금치가 들어와 반가운 마음에 덥석 집어 들었다. 그리고 큰 고민 없이 유부 한 봉지를 사서 같이 무쳤다.
일반 마트에 파는 시금치처럼 모양이 가지런하지도 않고, 흙도 잔뜩 묻어 있고, 뿌리 부분도 길에 남아 있어서 아마 예전 같으면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시금치 뿌리 부분에 영양분이 정말 많고 맛있는 단맛이 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다듬고, 씻어낸다. 요리는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시작이다.
데친 시금치는 유부와 함께 간장만 살짝 뿌려 무쳐주면 된다. 시금치가 이렇게 맛있을 때는 빠지면 아쉬운 깨소금 정도만 넣어주고 파, 마늘을 넣지 않아도 된다. 재료가 가진 맛을 살리고 풍미를 경험하게 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공정은 다 빼도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