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람들의 문제 해결에 다가가는 디자이너의 생각법

by 유연한프로젝트

최근 들었던 스몰바치스튜디오의 '식경험 디자인 과정'은 새로운 'Food Design'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내가 잘못 알고 있던 '디자인 design'에 대한 개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 있던 과정이었다. 지난날 나의 한정적인 업무의 성격상 디자인 회사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했던 '디자인' 작업은 단순한 로고를 만들거나 인쇄물을 제작하는 등 시각 디자인 제작물을 만드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내가 가진 디자인의 개념은 너무나 무지할 만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디자인은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제시한다


디자인이란 단순히 형태를 실체화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제시한다.'는 디자인의 대전제처럼 인간 생활의 실체, 문명의 실체가 곧 디자인의 세계인 셈이다. 정치, 법률, 종교, 의학 외에 디자인만큼 인간의 일상에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1931년 출시된 지멘스 전화기(출처 : unsplash.com)


우리가 하나의 기호처럼 인식하고 있는 위 사진에 있는 '전화기'는 1931년 지멘스에서 생산된 전화기 디자인이다. 이 전화기는 전화기 디자인의 원형이 되어 오늘날 디지털 세상에서도 ☎ 모양을 모든 사람들이 '전화기'로 인식하고 있을 만큼 디자인 하나가 우리 삶에 얼마나 대단한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식이 전환되는 만큼 발 빠르게 핵심 가치가 변화하고 그 어떤 학문보다도 시대에 따라 이념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디자인의 주된 논의는 미학인 것과 기능적인 것을 놓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디자인은 더욱 확장된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 혁명은 산업혁명만큼 시대를 구분 짓는 대사건이며, 이 혁명의 원동력은 IT기술이지만 인간에게 세부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역시 디자인이다. 아이폰 iOS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아이폰 기기 자체에는 외적인 변화가 없어도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변화를 가져와 우리가 새로운 제품처럼 인식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디자인은 기술과 사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발전되는 기술이 구현될 때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꿀지 함께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일개 디자이너가 아니고 기획자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회사에서 문서 작업에 기반을 둔 기획자나 마케터라면, 더욱이 메타버스나 NFT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특히 디지털 시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40대 이상의 직장인이라면, 디지털 시대의 디자이너 저자 이상인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는 우리에게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전환을 가져다줄 수 있는 책이다.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고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며 깨달음을 얻는 디자이너의 자세를 가져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그 사실을 인정해야 우리는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자료와 각종 데이터에 근거한 기획서를 작성하는 기획자나 마케터가가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의 결과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실제로 고민을 한 적이 있는가.'이다.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수많은 의견 조율의 과정을 거치고, 나의 안목과 취향을 키워 탁월한 감각을 갖도록 나는 항상 노력하고 있는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용자의 문제 해결에 다가가는 디자이너의 생각법


저자가 소개하는 5단계로 이루어진 '통용적 디자인 프로세스'는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기획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사용자의 문제 해결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1단계 탐색(Explore) 과정에서는 '왜'라고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기록해야 한다. 천천히 현상을 분석하고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단계 규정(Define) 단계에서는 '어디에 도달하고자 하는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심도 있는 리서치를 하다 보면,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던 조각들에서 공통된 패턴이 발견될 것이다. 천천히 밑그림을 그려가며 프로젝트의 큰 틀을 규정해나가면 된다. 3단계 실행(Execution)에서는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고민하는 단계이다. 디자인을 작동하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4단계 구현(Implementation)에서는 실제 작동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단계로 계획한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데 부족한 점은 없는지, 혹은 개발 일정과 예산이 여전히 합당한 지 재차 판단해야 하는 단계이다. 5단계 발행(Release) 단계에서는 시장에 결과물을 선보이는 단계이다. 한시적인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실제 사용자들로부터 받는 피드백을 최대한 잘 듣고 반영하는 것이다. 마지막 숨겨진 단계는 반복과 순환(Iteration)이다. 이 단계는 한 번에 완성도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끊임없이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의 중요함을 강조한 단계이다. 그 어떤 제품과 서비스도 완벽할 수는 없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고 다시 적용하는 선순환의 과정을 통해 나의 기획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기획자나 마케터의 목표는 주어진 프로젝트의 완성이다. 프로젝트를 끝내면 그동안 고통받은 시간들 때문에라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덮어버린다. 한 번이라도 내가 기획한 프로젝트의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나의 기획을 수정해본 적이 있는지, 내가 놓치거나 잘못 판단한 부분은 없는지 규정과 실행단계를 되돌아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깊이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자인의 존재 목적 자체가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인문학, 심리학, 인류학을 접목한 디자인 리서처와 전략가가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디자이너라고 한다. 디자인의 영역이 인간의 활동 영역을 넘어선 자동화 혹은 인공지능화된 시스템으로까지 확장된 시대이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인은 인간의 행동 양식의 발전적 개선을 위한 활동인 만큼 기획자도 디자이너도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수단을 통해서 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저자는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위한 가상의 페르소나를 구축하기 위해 출근길에 마주친 인물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상상으로 관찰 노트를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 리서치와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잡아낸 프로젝트 연관 카테고리를 만들고 시나리오 구축에 사용한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유저 시나리오 구축에 필요한 접점을 디테일하게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하면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 디자인에 대한 확신이 더해지고 디자인을 의뢰한 클라이언트도 디자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스토리를 계속해서 점검하고 발전시켜 나가며 처음 기획 단계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발견해 고쳐나갈 수도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저자는 '디자인은 사람을 향한 것이고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디자인은 인간 중심의 분야인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기획자나 마케터도 결국은 사람을 위한 일을 한다. 내가 만든 규정 한 줄이 어떠한 가치를 갖게 되며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반영될지 한번쯤 고민해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창신동, 새것과 낡지 않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