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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한밥상 Feb 07. 2022

기후위기 식량 보고서-사라지는 것들의 초상


그린피스와 매거진 B가 함께 만든 <기후위기 식량 보고서 : 사라지는 것들의 초상 - 식량편>


식량자급률이 21.7% 수준인 우리나라는 전 세계 5위의 식량 수입국이다.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0년 이래 최고치에 도달한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불, 홍수, 가뭄, 폭염 등 대규모 이상기후 현상은 농작물 피해로 이어졌고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 상황까지 겹치며 세계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보고서에서는 기후위기로 멸종위기에 놓인 식량 꿀, 사과, 커피, 감자, 쌀, 고추, 조개, 콩의 현재 상태와 지속 가능한 대응 방법을 다룬다. 커피가 없는 아침을 상상할 수 없다면 나의 소비생활 전체에서 생태적 소비, 지속 가능한 소비가 가능한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꿀벌의 감소는 식탁에서 식재료의 개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꿀벌은 단순히 꿀을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수분 매개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여러 동식물의 생사와 깊숙이 얽혀 있다. 꿀벌의 감소는 식탁에서 식재료의 개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가 꿀벌의 수분에 의해 생산된다. 만약 지구 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즐겨 찾는 대부분의 채소와 과일, 견과류 등의 생산이 크게 감소해, 전 세계적 식량난을 야기한다. 꿀벌의 수분이 필요한 식물을 먹이로 삼는 초식동물 역시 생존을 위협받아 육류는 물론 낙농 제품 등 식품군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달팽이, 공벌레 등 분해 생물과 미생물까지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결국 식량 고갈은 물론 지구가 사막화해 인간의 생존도 위험에 처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질 거라는 예측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강원도 정선에선 고랭지 배추 대신 사과나무를 심는 농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현재 사과의 최대 산지는 경북 청송·영주 등이지만 통계청의 예측에 따르면 2030년엔 강원도 정선과 양구 일대가 그 위상을 대신할 것이다. 이제 대구에 남은 사과 재배지는 팔공산 인근 평광동 뿐이지만, 강원도 정선에선 고랭지 배추 대신 사과나무를 심는 농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 추세라면 209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복숭아, 포도, 귤 등 거의 대부분 과일 재배지의 대이동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과일뿐 아니라 다른 식재료들도 향후 50~60년 안에 한국 땅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500개 농가가 과수화상병 피해를 입었다. 과수화상병은 사과와 배나무 같은 장미과 식물에 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형 전염병으로 나뭇잎, 꽃, 줄기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말라죽는 현상이다. 치료제가 없고 확산 속도가 빨라 치명적인 과수화상병의 주원인은 기후변화다. 겨울이 따뜻해지자 나무에 남아 있는 병원균이 이전보다 더 쉽게 증식하고, 겨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할 나무가 쉬지 못한 채 깨어나 확산세는 더욱 빨라진다.


2080년에는 사실상 커피가 멸종할 수 있다


전 세계 커피 시장의 규모는 2020년 약 550조 원을 기록했고, 2024년이면 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에 비해 생산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커피 재배지를 개발하는 것 역시 잠재적 위험 요소다. 호주 기후학회(The Climate Institute, TCI)는 연구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80년에는 사실상 커피가 멸종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기후변화로 눈앞에서 멸종 위기 위험에 처한 커피는 물 발자국과 탄소 발자국 측면에서 지구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는 식재료다. 125mL의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찍히는 물 발자국은 132L에 이른다. 커피가 생산지에서 재배돼 소비자에게 도착할 때까지 찍히는 탄소 발자국도 적지 않다. 커피 재배에 투입되는 화학비료, 수확 과정에 쓰이는 기계 설비, 가공과 운송 과정에서도 탄소 발자국은 계속 찍힌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은 2017년부터 해마다 1%씩 꾸준히 증가했다. 주요 생산 국가 25개국을 포함한 커피 생산국의 커피 생산량도 계속 늘어 2020년에 생산한 커피 양만 해도 약 1억 6,934만 포대(포대 당 60kg)에 달한다. 기호품이 아닌 일상의 음료로서 커피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미래에 커피는 사치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량생산을 위한 유전자 단일화가 가져온 감자의 위기


밀, 쌀,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작물로 손꼽히는 감자는 2018년 기준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이 약 3억7,000톤에 달한다. 감자는 재배 환경을 크게 가리지 않아 18~20°C의 서늘한 기후는 물론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그러나 역시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온이 25°C 혹은 그 이상인 경우 감자를 재배하기 어려워 1°C 오를 때마다 생산량이 5%씩 감소한다. 어떤 조건에서도 끄떡없이 잘 자라 든든한 존재감을 드러내던 감자도 기후변화, 특히 기온 상승에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의 농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생물의 유전자 풀(Gene Pool)을 단순화해왔다. 인간의 입맛에 맞는 품종을 만들고 이를 단일화해 쉽게 대량생산을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유전자 다양성을 제한하는 이러한 농업 방식은 이상기후 같은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유전자 풀이 다양하다면 고온·저온 등 다른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지만, 특정 환경에만 적응한 단일 유전자 풀은 조건이 달라지면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덩이줄기를 심어 무성생식 방식으로 재배하는 감자는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채 널리 경작하기 때문에, 한번 전염병이 돌면 종자의 존속이 위태로울 만큼 큰 피해를 입는다.


2100년 쌀 생산량이 지금보다 25%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류의 식문화 전반을 강하게 지배하는 쌀의 생산량에 변동이 생기면 세계의 식량 공급에 피할 수 없는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생산량 감소의 직접적 원인은 기후변화다. 벼는 보통 20~29°C에 이삭이 피고 곡식이 여무는데, 기온이 상승하면 벼가 안정적으로 자라지 못해 수확량이 감소한다. 또 해수면이 상승해 토지 염도가 올라가거나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면 쌀 수확량에 큰 영향을 끼친다. 2020년 환경부에서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는 2100년 쌀 생산량이 지금보다 25%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2020년 국내 쌀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0.5% 감소하고, 이상기후로 단위 생산량 또한 6.4% 감소했다. 쌀 생산량 감소는 비축량과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져 식량 안보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쌀 식량 자급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쌀 자급률이 101%였으나 2020년에는 92.8%로 감소했다. 쌀만큼은 결코 부족할 리 없을 거라는 그동안의 믿음과 다르게 기상이변과 쌀 농가 감소 등으로 인해 정부 비축미 또한 역대 최저라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지금껏 우리는 생산성 증대를 위해 고추를 비롯한 수많은 식자재의 품종을 개량해왔다


고추 생산의 결정 요인은 강수량, 병해충, 일조량, 기온, 품종 순으로 이 중 기후 관련 요소만 3가지다. 고추는 26~36°C에서 가장 잘 자라는 대표적인 고온성 여름작물이지만, 폭염 일수의 증가는 고추의 성장 환경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할수록 고추의 꽃봉오리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이에 따라 과실의 양과 크기가 크게 감소한다. 기온 상승으로 한국 고추 생산의 파종기는 매년 0.4일씩, 수확기는 매년 0.54일씩 빨라지고 있다.


개량된 고추는 폭염과 탄저병 등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나는 상황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떠한 기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하고 자란 야생종을 확보해 품종 개발의 유전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야생종을 기반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다.


수십만 년 동안 인류와 함께 살아남은 조개도 기후변화는 견디기 힘들어 보인다


2021년 여름, 캐나다 서부와 미국의 태평양 연안 북서부를 강타한 폭염은 50°C에 육박하는 믿기 힘든 기온을 기록했다. 열돔 현상(heat dome,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지붕을 만들며 뜨거운 공기를 가둬 폭염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연일 펄펄 끓는 날이 이어지자, 물에 사는 바다 생물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


바다는 공기 중의 탄소를 흡수한다.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땅의 숲과 식물이 흡수하는 양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대기의 열을 저장하는 것도 바다의 몫이다. 지구온난화 속도를 줄여주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던 전 세계의 바다가 전례 없는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자 산성화가 진행돼 해양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해양 산성화는 수온 상승, 낮아지는 산소 농도, 빙하 유실과 해안침식, 여기에 어류 남획과 플라스틱 및 화학물질 오염 등의 문제까지 겹쳐져 많은 해양 종의 생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그중에서도 바다 산성화는 해양 생태계와 우리 삶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문제다.


생산성과 수익 증대에만 집중한 콩 재배는 지구와 인류의 건강에도 해를 끼친다


전 세계 대두 생산량은 지난 50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2018년에는 1960년 초반 대비 약 13배 많은 양의 대두가 생산됐으며, 근래인 2000년과 비교해 그 양이 2배 이상 늘었다. 주어진 토지 안에서 수확량을 높이는 획기적 방법이 발견된 바 없으니, 지금과 같은 생산량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경작지 확장 덕분이다. 현재 전 세계 대두 69% 이상이 미국과 브라질 두 나라에서 생산되며, 그 양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서 브라질의 생산량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1990년대 전후로 대두 생산량이 급속도로 높아져 지난 30년 사이 500%나 증가했다.


아마존은 약 900~1400억만 톤의 탄소를 묻어두고 있는 탄소 저장고다. 그중 일부만 방출해도 지구온난화를 크게 가속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동식물의 터전이기도 해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는 범세계적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환경 이슈다. 생산성과 수익 증대에만 집중한 콩 재배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를 넘어 지구와 인류의 건강에도 해를 끼친다. 대두는 옥수수와 선두를 다투는 대표적 단일 재배 식물이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서 단 하나의 작물만 키우는 방식은 야생 동식물에 심각한 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벌 같은 곤충의 멸종까지 가속화한다. 이러한 농업 방식은 유전자 변형(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이슈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유전자를 변형시켜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기계화를 통한 생산 효율성과 수확량 증대에 초점을 둔 GMO 콩은 생산 과정에서 생태계 교란을 야기한다. 아울러 섭취 시 인체에 끼칠 수 있는 장기적 영향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논란이 크다.


*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자 각 식량 별 현재 이슈 상황을 위주로 정리했고 보고서 전문은 첨부된 파일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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