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한다 할지라도, 남들처럼 먹으면서 살 필요는 없다.
바쁜 현대인들은 이동 시간을 쪼개서까지 메일을 확인하고 업무 전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에게 '타다'가 각광을 받았던 이유도 이동 시간 중 쾌적한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쓰다가 급기야 '밥 먹는 것'과 관련된 시간을 가장 줄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젠가부터 '간편식'이 현대인의 표준 식사법인 것처럼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시시각각 SNS에 스토리를 올리고 새로 올라온 피드를 확인하는 시간과 포털 메인 뉴스를 보는 시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정주행 하는 시간, 모바일 게임을 하는 시간, 잠들기 직전까지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시간은 줄일 수 없다면서 말이다.
CJ제일제당은 ‘2022 식문화 트렌드 전망’에서 올해 식문화 트렌드 핵심 키워드로 △초超편리(Less effort) △개인화(Individual) △푸드테크(Food Tech) △지속가능성(ESG)으로 제시했다. 집에서 만드는 밥까지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다. 그렇다 보니 더욱 '간편식'이 이 시대의 대표적인 식문화처럼 비추어질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는 앞다투어 한식뿐만 아니라 양식, 중식까지 다양한 HMR(Home Meal Replacement) 제품과 밀키트를 출시하며 보다 정교화된 맞춤형 플랫폼과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비자의 '음식 쇼핑' 시간까지 줄여주고 있다. 나아가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해 만든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제품까지 출시하며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간편식'은 가공과 보존 처리를 거치면서 재료 본연의 맛과 영양은 줄어든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다. 헬렌 니어링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식습관은 완전히 변하고 있다. 아직은 대기업이 공기와 햇빛, 잠, 휴식, 맑은 물을 독과점하지 않지만 세계인이 먹는 음식은 많은 부분을 독과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커피 수입액이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커피 수입금액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요 커피 수입국가 1위가 스위스, 4위가 미국이다. 스위스에는 네스프레소, 네스카페를 포함한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 본사가, 미국에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본사가 있다.
나는 '간편식'이 간단히 준비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이 나는 소박한 음식을 풍족히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턴트식품은 순간적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맛있는 맛이지만 좋은 먹을거리가 될 수는 없다. 신선한 재료에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살균 처리나 화학 물질을 첨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근본적으로 왜 먹는 것을 간편하게 먹어야 하는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내가 먹는 것을 준비하는 시간과 먹는 시간을 줄여야 할 정도로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없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한다 할지라도, 남들처럼 먹으면서 살 필요는 없다.
- 헨리 반 다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