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연한밥상 Jun 09. 2022

외로움이 아닌데 외롭다 말한다



"우리가 다 외롭지 않아요? 누가 있고 없고 간에?

그걸 외롭다,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 같아."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74세의 나이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윤여정의 어록이 연일 화제다. 화려하게 주목받는 여배우의 삶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50년이 넘는 연기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단단한 말들이라 사람들이 더욱 공감하는 것 같다.


최근에 그가 했던  중에서 '인연은 불과 같다' 말에 나는 크게 공감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서로 친해지기 전까지는 말도 행동도 굉장히 조심한다.  한마디 한마디를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신경 써서 말한다. 그러다가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하면 처음의 세심했던 배려는 어느새 사라지고 내가 판단해버린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그리고 원래 나의 언어로 말하며 심지어  사람을 함부로 대하기까지 한다. 그러다 결국 서로 멀어지고 만다. 그래서 별로 친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친했던 사람이 원수가 되는 법이라고.


현대인은 모든 감정을 '외롭다'라고 말한다. 허전함, 불안함, 초조함, 자기를 믿지 못하는 마음, 심지어 게으름까지… 정확히 보면 외로움이 아닌데 외롭다고 말한다. 외로움은 불행, 슬픔, 기쁨처럼 추상적이고 부정확하며 굉장히 큰 말이다. 그래서 어디에나 쓰일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외롭다 느끼지만 '정말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인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0대가 되면서 점점 좁아지는 인간관계 때문에 지금 내 곁에 남은 친구가 몇 없다는 생각이 들고, 어느 날 갑자기 내 남편이, 아내가, 그리고 가족이 옆에 있어도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진다. 그러나 그 순간 나의 감정을 깊이 살피다 보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잠시 낯설게 보였을 수 있다. 그래서 잠깐 서운하거나 서러운 감정이 들었을 수 있. 살면서 정말로 외로운 순간은 드물다. 세심하게 나의 감정을 헤아리는 연습을 해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벌써 키오스크가 두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