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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한밥상 Dec 01. 2022

나는 벌써 키오스크가 두렵다

시내버스에서 나오는 서울시 정책 광고에 귀를 기울이는 편인데, 보통 현재 가장 주력 정책을 서울시가 가진 매체를 총동원해서 캠페인 광고를 진행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시내버스에서 서울시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광고가 나왔다. 노인들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 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약자와의 동행 추진단'이라는 신규 조직을 시장 직속 정규조직으로 신설했다.) 찾아보니 실제로 노인복지관 프로그램에 시니어를 위한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이 있다.


그러나 나도 어쩌다 한 번씩 가는 햄버거 매장이나 여행 중에 꼭 들르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키오스크 주문이 어려울 때가 있다. 메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각 단계마다 선택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은 데다가 “500원을 추가하면 감자튀김 라지 사이즈로 변경 가능! 변경하시겠습니까?” 등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하는 쓸데없는 질문도 (내 눈에는) 너무 많다. 키오스크 주문이 어려운 것은 사람의 인지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계의 사용법이 인간에게 친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키오스크 UI, UX를 더 인간 중심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신한은행 ATM 기기가 몇십 년 만에 직관적인 UI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에 당황스러웠지만 이용에 불편함이 없었다. 글씨도 커지고 메뉴도 단순화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쉬운가? '입금', '출금'이 아닌 '돈 찾기', '돈 넣기'. 조금만 더 이용자(시민)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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