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쌀 때마다 기술이 늘어난다. 잘라진 단면을 봐야 어떻게 말아야하는지 알게 되어 늘어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어김없이 다음을 기약하게 되지만 그래도 점점 나의 김밥 싸는 기술은 발전 중이다. 이것은 나의 도형 감각, 공간 감각의 부족으로 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김밥을 만들며 김밥 속 재료가 많아지면 김 전체에 밥을 최대한 얇게 골고루 펴서 깔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뚜껍게 깐 밥과 양껏 넣은 속재료 때문에 끝에 김만 남은 부분이 붙지 않아 오이가 밖으로 도망가는 중이다.
오늘은 특별히 단무지 대신 알타리무 김치를 씻어서 넣었다.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다. 당근과 우엉은 참기름에 볶아 넣고 오이는 생으로 크게 넣는다. 그리고 햄을 잘 먹지 않게 되면서 김밥에는 주로 햄을 대체해서 템페를 넣는다. 식물성 단백질의 최고봉인 템페. 처음에 먹었을 때는 메주를 씹어 먹는 맛이었지만 이제는 기름이 지글지글 구운 템페를 사랑하게 되었다. 정말 고소하고 맛있는 고단백의 식재료다. 언젠가 인도네시아 여행을 가서 꼭 현지 템페를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