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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한밥상 Aug 05. 2022

쓸모 있고 미적인 디자인에 대한 고민

얼마  그린디자인 활동의 일환으로 개인적으로 윤호섭 교수님의 그린캔버스 달력을 활용한 ‘공책 만들기 하고 계신 현아 님과 함께 수첩을 만들 기회가 있었다. 그린캔버스 달력에 표시된 '남방 큰돌고래의 ', '세계 사막 방지의 ',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 등을 공책 표지에 보이도록 재단하는 것이 포인트. 내지는 주변에서 기부받은 A4용지를 활용하고, 모든 작업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종이를 접어, 칼로 자르고,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실로 엮어 완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책은 '보틀라운지' 자율 기부 형태로 운영되는 '도토리 문방구'에서 판매되고, 수익금은 전액 환경 단체에 기부된다.  



평소 수첩에 메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일 년이면 상당 양의 수첩을 쓰고 있던 나는 평소 현아님의 공책 만들기가 무척 궁금했다. 다행히 지인분들에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는 포스팅을 보고 연락을 드려 직접 배워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제책 작업을 한번 해봐서 그런지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좀 더 서걱거리는 필기감이 좋은 느낌의 내지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까지 생기며, 이제 비닐 포장이 된 수첩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뚝딱 수첩 한 권을 만들어 완성하고, 그날 여러 권의 공책을 만들어 보틀라운지에 납품?!해야한다고 하기에 만드는 과정 중 일부를 도와 함께 작업을 해봤다. 나는 송곳으로 종이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맡았는데, 현아님이 가져온 두 개의 송곳 중에 맨 처음 손이 간 것은 ‘예쁜 송곳’이었다.


유럽의 어느 장인이 만들었을 법한 간결한 디자인에, 매끈한 나무 재질의 손잡이,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는 비율이 얼핏 봐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계속 반복해서 구멍을 뚫다 보니 둘 중에 더 손이 많이 가는 사용감이 좋은 것은 ‘대의산업’에서 생산된 초록색 투명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송곳이었다. 손 힘 만으로 구멍을 뚫는 송곳의 역할을 하려면 손바닥 전체가 송곳 끝까지 힘이 강하게 전달될 수 있는 크기여야 하고 무엇보다 힘을 줄 때 손이 미끄러지지 않아야 했다. 그런 면에서 나무 손잡이 송곳은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기능도 다하지 못하는 디자인이다. (물론 두꺼운 종이를 뚫는 일 말고 다른 용도로 사용될 때는 다를 수도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여기에 미적인 것이 더해져야 디자인이 완성된다.* '대의산업'의 사용감이 좋은 플라스틱 손잡이 송곳에 미학을 더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송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도 기능을 고려한 형태에 아름다움을 더하면 훌륭한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거의 매순간,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인간의 모든 활동의 기본이다.**


* 프랭크 바그너, <디자인의 가치>

** 빅터 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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