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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한밥상 Aug 20. 2022

제기동 경동시장에 남아있는 한옥


무더위와 폭우가 한창이던 8월 초 ‘지음산책’ 프로그램으로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를 탐방했다. ‘지음산책’은 1996년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윤인석 교수님이 학생들과 함께 서울 곳곳을 다니며 건축과 도시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하는 '토요답사'의 뜻을 이어받아 2017년부터는 지음건축도시연구소에서 ‘지음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도시와 건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건축의 형태와 쓰임에 우리가 살아온 역사가 그대로 스며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더 의미 있고 흥미로운 것이 아닐까. 결국 나의 건축학에 대한 호기심도 도시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것 같다.     




이번 산책의 집결지였던 약령시 한의약박물관은 내가 도보관광 사업을 담당할 때 신규 코스에 포함된 곳인데, 그때 나는 매일 업무에 치여 사느라 한의약박물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전임자에게 받은 자료와 전문가 자문에만 의존해서 코스를 만들었다. 신규 코스 개발은 업무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기도 했고, 솔직히 이 동네에 관심이 덜했던 게 맞다. 그때는 최첨단 건축공법으로 지어진, 반짝이는 유리로 뒤덮인 높은 빌딩과 초고층 아파트 숲이 좋아 보였던 때다. 지금은 서울의 오래된 동네가, 사람들의 생활이 녹아있는 곳이 더 좋고 가치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퇴사 후 서울이 더 다르게 보이고 그런 서울의 모습을 발견해 가며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어쨌든 그날 아침 나는 남다른 감회를 가지고 한의약박물관을 찾아갔다.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 남편과 약령시장과 경동시장을 한차례 찾아와 본 적이 있어 오늘의 탐방 코스가 더 궁금했다. 북촌, 서촌, 익선동 말고도 제기동 지역에 한옥 밀집지역이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웠다. 아파트와 빌라 이전의 건축 양식이 모두 한옥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는데 서울 전체가 뉴타운과 재개발로 뒤집어지던 시절, 서울의 건축양식은 모두 아파트로 바뀌었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다. 지금은 비록 그 오래된 한옥들이 경동시장 상인들의 창고로 쓰이고 있지만 서까래와 기와지붕 등 한옥의 형태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미 많은 한옥들이 헐리고 그 자리에 빌라가 지어지고 있어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저 멀리 청량리 588 재개발 지역에 올라가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가 보였다. 과일상자를 나르며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시장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길잡이가 되어주신 이상민 박사님이 설명을 해주신 것처럼 문화재 보존의 다른 방식인 서울미래유산 지정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언젠가 먼 미래에 우리나라 도시 인구수가 많이 줄어들어 더 이상 주거형태가 새롭게 바뀌는 시대가 오면 초고층 아파트 건축을 탐방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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